한 편의 드라마는 작품을 기획한 제작사와 편성을 확정하고 방송을 내보내는 방송사, 각각의 배역에 캐스팅된 배우들, 그리고 그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만든다. 제작진의 노력에 시청자들의 사랑이 만나면 대박 시청률이라는 큰 열매를 맺게 된다.
하지만 그 구성원인 제작사와 방송사, 그것도 공영방송과 이름난 제작사에서 서로를 깎아내리는 보기 드문 광경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무림학교’라는 청춘 드라마에 신선하고 파격적인 매력을 느끼며 애정 있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양사의 갈등에 실망하며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무림학교’의 조기 종영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주말 불거졌다. 23일 제작사 제이에스픽쳐스 측은 조기종영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 촬영중단도 사실무근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후반작업 등의 이유로 주말 촬영을 멈춘 상태지만 향후 예정된 촬영장 공개도 정상적으로 모두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었던 바다.
KBS도 조기 종영설을 일축했다. 조기종영과 촬영중단 모두 전면 부인하면서 한파 등의 이유로 촬영이 잠시 멈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소문과 해프닝으로 넘기려 했지만 3일 뒤인 26일 앞서 제기된 의문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초반 20부작에서 4회가 줄어든 조기종영을 확정하게 된 것이다.
스태프에게 보내졌다고 알려진 촬영 중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커졌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제작사 측이 제작 잠정 중단을 통보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는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갈등이 생각보다 깊었음을 시사했다.
‘무림학교’는 스펙 쌓기가 아닌 정직, 신의, 희생, 소통, 관계 등 사회에 나가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덕목을 배우는 무림캠퍼스에서 벌어지는 20대 청춘의 액션 로맨스 드라마인데 막상 자신들이 그렇게 강조했던 정직과 신의, 소통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양측이 모두 반박하고 책임을 떠미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소통 부재를 자인한 셈이다.
초반 기대했던 수치보다 아쉬운 시청률이 나왔더라도 연출력과 연기력으로 호기롭게 밀고 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KBS는 전통적으로 학원물의 대가로 인정받았기에 ‘무림학교’ 역시 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을 터다.
제작사와 방송사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사전에 얘기를 나누고 걸러냈어야 했다. 사후약방문으로 뒤늦게 이러쿵저러쿵 군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책임감 있는 자세가 아니다.서로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제작 중단을 결정했다는 것에 대해 제작사든 방송사든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urplish@osen.co.kr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