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김선영 "키스신 좀 넣어 달라고 했는데…" [인터뷰]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27 06: 00

 배우 김선영. 작고 말간 얼굴에 요목조목 들어차 있는 이목구비는 그 미세한 떨림 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극 안으로 무섭게 빨아들인다. 쌍꺼풀 없이 동그란 눈을 깜빡일 때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다.
지난 2005년부터 크고 작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단역부터 조연까지 숱한 캐릭터들을 입었다가 벗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됐던 남편 이승원 감독의 작품 ‘소통과 거짓말’ 속 표독스러운 학원 강사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아직 대중에 익숙지 않은 배우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김선영에게 날개를 달아 준 작품이 지난 16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다. 그는 이 작품 속에서 선우 엄마 김선영 역을 맡았다. 본명을 그대로 캐릭터에 사용한 덕에 김선영이라는 이름 석 자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광고가 아직 안 들어와서 모르겠다”면서 특유의 화통한 웃음으로 시작한 인터뷰에서 김선영은 “같은 질문을 해도 새로운 대답을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워낙 화제가 풍부했던 터라 대화는 종종 산으로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지만, 폭소가 끊일 줄 몰랐다.

선우 엄마의 촌스러움을 지우고 곱게 차려 입은 그에게 감탄을 표하자 “아버지께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버지에게 답장이 왔어요. 우리 언니에게 사진을 보여 주면서 ‘얼굴에 너무 뽕을 많이 넣은 것 같지 않냐, 보톡스 한 것 같지 않냐’고 말하셨다더라고요. 그래서 ‘아빠, 화장한 거야’라고 버럭했죠.”
그런 현실의 모습과 ‘응팔’ 선우 엄마의 모습 모두가 편안하다고 말한 김선영은 극 중 라미란·이일화와 더불어 ‘쌍문동 태티서’로 사랑받았다. 세 사람의 관계가 어땠냐고 물으니 대번에 언니들 칭찬이 쏟아졌다.
“미란 언니와 일화 언니 덕에 연기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났던 것 같아요. 미란 언니는 처음 만나자마자 ‘전화번호 좀 줘 봐’라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할 수 있었죠. 가식이 아니라 정말 그런 사람이예요. 태국 포상 여행 갔을 때도 정말 재밌게 놀았고요. 벌써부터 아쉽고 그리워요.”
원체 베테랑인데다가 이미지도 강렬한 두 사람과 합을 맞추게 됐다는 소식에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을 했단다. 그러나 김선영은 그런 반응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언니들과 나이대도 비슷하고, 주변에서 배우들을 경쟁시키듯 말하는 게 있었어요. ‘라미란한테 먹히면 안 돼!’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사람들도 있었고. 그렇지만 저희 정말 친해요. 연기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그가 ‘응팔’ 속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를 말하면서 최무성을 빼 놓을 수 없었다. ‘시나브로’ 완성된 김선영과 최무성의 사랑에 시청자들도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극 중 최무성이 처음 김선영의 이름을 불렀던 장면에 대해 물었다.
“그땐 작품 속 인물로서 정말 설렜죠. 처음에는 러브라인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감독님께 많이 어필했어요. 감독님한테 뜬금 없이 팔짱 끼고, ‘멜로가 전문이야, 잘 할 수 있어요~’라고 졸랐죠. 나중에는 키스신도 넣어달라고 했었는데…(웃음) 저와 무성 오빠가 누워서 천장을 보면서 선우(고경표 분)와 보라(류혜영 분)의 결혼을 걱정하는 장면 있었잖아요. 그게 우리의 유일한 베드신이었어요. 저 혼자만 알겠지만요(웃음). 원래는 천장을 같이 보는 설정이었는데, 일부러 오빠를 쳐다보면서 말했죠. 사실은 ‘오빠 불 꺼요~’하면서 덮친다든가, 장난을 쳐 보려고도 했었어요(웃음).”
자식 같았던 ‘쌍문동 5인방’에 대해서는 함께 촬영을 많이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아들 역을 맡았던 고경표를 제외하고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김치볶음밥을 먹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다행히 영화 ‘원라인’에서 이동휘와 다시 만날 예정이라며 기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선영은 ‘응팔’에서 자신의 늦둥이 딸 진주를 연기한 김설과 동갑내기 딸을 두고 있다. 그는 김설과의 촬영에서도 딸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응팔’ 촬영장에도 딸을 데리고 온 적이 있는데, 두어번 본 김설과 절친이 됐다고.
“설이가 나온 CF를 딸이 보더니 ‘엄마, 진주야, 진주잖아’하더라고요. ‘응팔’ 덕에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배려를 해 주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저희 남편이 너무 응원하고 있어요’ ‘어머니 힘드시죠, 힘내세요’라는 등 연락도 해 주셨어요.”
‘응답하라’ 시리즈 가운데 본격 가족극을 표방했던 ‘응팔’과 김선영이 꼭 들어 맞았던 까닭은 그의 가족관에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의 근본을 ‘가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응팔’ 출연이 자신에게는 일종의 효도였다고도 말했다.
“가정이 모든 것의 시작이고 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으면 연기도 안 될테니까요. 제일 우선시돼야 하는 건 가족이에요. 외부에서만 잘하고 그런 건 다 거짓말이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남한테 더 잘 한다”고 농담을 던지는 그에게서 마음 편한 여유가 느껴졌다. 선우 엄마처럼 요리를 못 하냐고 물으니 “요리를 굉장히 빨리 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김선영의 여유는 탄탄한 기본기와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에서 비롯될 터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뿌리 삼아 배우 인생의 다음 장을 넘기는 김선영은 ‘응팔’이라는 기회에 대해 깊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드라마의 긴 호흡과 많은 대사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는데, ‘응팔’에서 할 수 있었어요. 이제 조금 카메라와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카메라는 제 눈물도 받아 주는 존재잖아요. 누구 앞에서 울거나 운다는 것이 그 사람을 믿지 않고는 힘든 일이죠. 결국 카메라 앞에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배워 가는 시간이었어요.” /bestsurplus@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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