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은 tvN '응답하라 1988' 속 자신의 캐릭터 정환과 꼭 비슷했다. 필요한 말들만 했고, 무엇을 말하든 솔직했다. 조심스러웠고, 겸손했다. 그렇다고 정환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마냥 숨기지만은 않았다. 덕선이의 남편이 되지 못한 소감을 묻자 "대신 여러분의 남편이 되겠다"고 말할 줄 아는, 이 재치 넘치는 청년을 그 누가 미워할 수 있을까?
류준열은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현장토크쇼-택시'(이하 '택시')에서 이동휘와 함께 출연해 MC 이영자, 오만석과 드라마 세트장을 방문해 드라마에 대해 못다한 이야기를 했다.
역시나 류준열에게 가장 조심스러우면서도 궁금함을 자아냈던 질문은 덕선이의 남편이 되지 못한 심정(?)이었다. 류준열은 "덕선이 남편이 안 됐으니 여러분의 남편이 되겠다"고 말하며 재치를 발휘했다.
사실 정환이라는 캐릭터는 류준열을 즐겁게도 했지만, 마음 아프게도 했던 인물이었다. 너무나 외로웠기 때문. 그는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게 너무 외로운 친구다. 아무에게도 얘기를 할 수 없는 친구다. 그게 너무 힘들었는데, 시청자들이 너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덕선이와 택이의 키스신에 대해서는 "속상했다. 정환이로서는 너무 속상했다"며 '어남택'이 된 것에 대해 "하지만 작가님 재량이다. 정환이로서는 너무 아쉬웠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이날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류준열이 동룡 역을 마음에 두고 오디션을 봤다는 점이었다. 류준열은 "나는 여러 개를 보러 갔다"며 "덕선이 빼고 (대사를) 다 읽어봤다. 처음에 나는 도롱뇽으로 알고 갔다. 노래와 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 마지막에 (신원호 감독과) 얘기하다, 바둑을 둘 줄 알아서, '그럼 제가 택이 할까요?' 했더니 일단 (바둑을) 둬 보라고 하시더라. 그리고는 나중에 정팔이 역을 주시더라"고 정환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마치 도화지처럼 어떤 배역을 해도 어울리는, 남다른 연기력을 증명하는 일화였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그가 정환 역을 맡았다는 점이다. 정환은 '응답하라 1988'에서 누구보다 사랑 받았던 캐릭터로, 비록 남편이 되지 못했지만 말 못하는 짝사랑으로 인해 남녀노소 공감을 자아냈던 인물이다. 비록 덕선이의 남편은 못 됐지만 류준열의 말처럼 모두의 남편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역할이었다. 류준열은 연기를 통해 정환을 사랑스럽고 실감나게 표현했고, 그로 인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만인의 남편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때문에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셔서 배우 생활하면서 예능에 한 번도 못 나갈 줄 알았는데 굉장히 영광이다"라고 감사를 표하는 류준열의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함을 느끼게 할 만 했다.
한편 이날 '택시'에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역 배우 이동휘와 류준열이 출연해 드라마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eujenej@osen.co.kr
[사진] '택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