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화가 장렬한 죽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눈빛과 대사톤은 물론, 단 한 번의 숨결까지도 연기하는 듯한 그의 섬세함은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발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에서는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신석주(이덕화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조소사(한채아 분)가 목숨을 잃은 후 기력이 쇠해진 신석주의 죽음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그는 천봉삼(장혁 분)에게 자신의 전 재산인 천만 냥을 남기며 마지막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그의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신석주의 서찰과 천만 냥을 건네받은 천봉삼은 이를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고, 엉뚱하게 나타난 민겸호(임호 분)와 김보현(김규철 분)이 오히려 천만 냥을 내놓으라며 엄포를 놓았다. 이에 “정치가 잘못되면 물화값이 오른다. 해서 백성들이 제일 먼저 느끼고 장사치들이 그 다음에 안다”라며 “당신 같은 벼슬아치들은 맨 나중에 알게 된다. 바람이 분다. 그냥 바람이 아니라 태풍이 불고 있다. 왜 그걸 모르냐“며 경고한 신석주는 어음을 불태우는 모습으로 모두를 경악케 했다.
결국 마음의 빚을 진 천봉삼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한 신석주는 자신이 과거 북경에서 사온 지구본을 건네며 “세상을 넓게 보라”고 조언했다. 또한 신석주가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천봉삼에게 밝힐까 혼비백산한 채 달려온 매월(김민정 분)에게는 “선하게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게 사는 거라네. 악업을 쌓지 마시게. 더는 죄를 짓지 마시게”라고 충고했다.
주변 정리를 마친 신석주는 마지막으로 조소사(한채아 분)을 생각하며 깊은 상념에 빠졌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와 이별했던 때까지 회상한 그는 하인으로부터 조소사의 화첩을 건네받아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석양이 넘어가는 것과 동시에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신석주의 죽음이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는 이를 연기하는 이덕화의 놀라운 몰입력 때문이다. 그는 화려했던 세월을 지나 모든 것을 잃은 이를 표현하는 공허한 눈빛과 실제로 고통스러운 듯 피를 토해내는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과연 ‘연기의 신’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이었다.
이제는 극에서 하차해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가 ‘객주’에 남긴 존재감과 영향력은 끝까지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신석주의 죽음으로 앞으로의 전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객주'는 폐문한 천가객주의 후계자 천봉삼이 시장의 여리꾼으로 시작해 상단의 행수와 대객주를 거쳐 거상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로 매주 수, 목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장사의 신-객주 2015'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