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속 박민영은 유승호에게 기억 이상 증세가 생겼음을 알고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왜 자꾸 그 친구에게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어." 박민영의 말처럼, 유승호는 눈물 없인 볼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은 일만 떠안고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유승호는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에서 억울하게 수감됐던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천재 변호사 서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진 서진우는 현재 6개월에서 1년 이후에는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남들은 축복이라 여길지 모르는 이 절대 기억력이 사실은 장애인지라 계속해서 기억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사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진범인 남규만(남궁민 분)을 법으로 심판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서진우에겐 여유부릴 시간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남규만을 반드시 법정에 앉히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서진우의 증세는 더욱 악화됐고 지난 27일 방송된 13회에서는 충격으로 인해 4년 간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남규만으로부터 1999년 생수 트럭 사고를 낸 사람이 박동호(박성웅 분)의 아버지임을 전해 들은 서진우는 충격에 휩싸였고, 이는 곧 기억 이상을 일으켰다. 그는 과거 아버지와 살던 집 앞에 가서 아버지를 내내 기다렸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까막히 모른 채.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인아(박민영 분)는 해맑게 "아빠가 아직 안 들어오셔서"라고 하는 서진우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그를 끌어안았다.
물론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서 서진우의 기억은 원 상태로 돌아갔고, 박동호를 만나 주먹까지 날렸기 때문에 서진우의 앞날에 대해 속단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진우의 삶을 돌이켜봤을 때 이렇게 불쌍한 주인공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
6살 때 불의의 사고로 엄마와 형을 잃었고, 단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인 아버지는 억울하게 누명을 써 사형 선고를 받고 말았다. 어떻게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믿었던 이들이 돈과 권력 앞에 돌아서는 것을 보고는 절망해야 했고, 4년만에 변호사가 되어 돌아왔지만 남규만의 계략 앞에 온갖 위기 상황은 다 직면했다. 그리고 이제는 서진우의 단 하나의 희망인 절대 기억력마저 족쇄가 되고 말았다. 망설일 시간도, 여유도 없는 서진우가 그간 흘린 눈물만 어마어마한 양일테다.
20부작 중 이제 7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리멤버'는 이 같은 서진우의 상황 때문에 방송 때마다 '고구마'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나 서진우의 기억 시한부 설정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 그만큼 유승호가 연기하고 있는 서진우라는 캐릭터가 애처롭다는 것. 게다가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유승호의 연기력 덕분에 서진우를 향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이제 인연이든, 악연이든 서로 얽혀있던 등장인물들의 관계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박동호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남일호(한진희 분)에게 등을 돌릴 예정이다. 그리고 박동호는 아직 서진우에게 진 빚을 갚지 못한 상황. 이 두 사람이 언제쯤 손을 맞잡고 남규만을 응징할 수 있을지,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parkjy@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