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분노 조절 장애 찌질이’. 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에서 남궁민에게 붙은 별명이다. 이는 한때 그에게 빌붙어 먹고 살던 부패경찰의 발언이었지만, 너무나도 정확한 묘사인지라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했다. 실감나는 연기 덕에 미움 받고 있는 남궁민은 분노 조절 장애도 모자라 공감 능력 결핍까지 보여 주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한층 북돋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리멤버’에서 남규만(남궁민 분)은 서진우(유승호 분)의 변두리로펌을 찾았다. 숨겨진 비밀 공간에까지 들어가게 된 남규만은 그곳에 있던 이인아(박민영 분)와 마주친다. 이인아가 반드시 죄값을 치르게 하겠다며 눈을 부릅뜨자 남규만은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손을 올렸다.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듯한 남규만의 동작이 마치 로봇 같았다.
변두리로펌을 나온 남규만은 동창이자 수행 비서인 안수범(이시언 분)에게 묻는다. 자신에 대한 복수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는 서진우와 이인가 진심이겠냐는 것이다. 그는 정말 의아한 듯 “쥐뿔도 없는 것들이 서로 돕고 말고가 어딨냐”고 질문했다. 이에 안수범은 “마음이지, 마음. 마음으로라도 돕겠다는 거지”라고 답했지만 남규만의 대답은 엉뚱했다. 이제야 알겠다는 것처럼 ‘기브 앤 테이크’를 말했다. 서로 원하는 게 있어서 돕는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남규만의 동문서답에 소름이 돋는 것은 그의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방송에서 남규만은 느린 말투와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다가도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람을 때리는 등 분노 조절 장애의 징후들을 드러냈다. 그런 탓에 그가 펜을 꼭 쥐는 동작만 해도 보는 이들은 떨었다. 심지어는 남규만이 미소를 지을 때도 폭풍 전야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분노 조절을 하지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바탕에 공감 능력 장애까지 있다면 남규만은 더욱 두려운 존재가 된다. 타인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이 자기 조절도 되지 않는데, 돈과 권력까지 쥐고 있다. 남규만에게 마음대로 하지 못 하는 일이란 없다. 그야말로 ‘쥐뿔도 없으면서’ 사사건건 자신을 방해하는 이들은 그에게 벌레처럼 보였을 터다.
서진우가 남규만의 일호그룹을 통쾌하게 꺾다가도 치명적인 기억 장애에 시달리는 등 두 아들의 대결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잔인한 남규만은 서진우에게 박동호(박성웅 분)와의 악연을 알린다. 아무리 악당이지만 일말의 공감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점점 더 무서운 괴물로 변해 가는 남규만이 ‘리멤버’ 속 서진우의 숨통을 어떻게 옥죌지 벌써부터 갑갑해 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