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밀당의 시대는 갔다. 투덜대는 말투로 관심을 서투르게 표현하는 남자 주인공이 제법 먹힐 때도 있었지만, 요즘 대세는 자신의 마음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직진남’으로 돌아선 듯싶다. 여자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현재 MBC 수목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이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한 번 더 해피엔딩’은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1세대 요정 걸그룹의 ‘그 후’ 그리고 그녀들과 엮이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사랑을 시작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 여기서 지난 밤 여심을 흔든 주체는 구해준 역의 권율이다.
해준은 한 차례 결혼 끝 돌아온 싱글남이자 능력 있는 의사다. 외모도 물론 훌륭하다. 그러나 그의 외모나 능력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기는 사랑에 대한 그의 저돌적인 표현법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는 해준이 미모(장나라 분)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앞서 해준은 미모를 찾아가 자신의 프로필을 주고 가입할 것처럼 굴었던 바. 재혼시장에서 특A급으로 꼽히는 해준이 장난하는 것처럼 다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미모는 한껏 독이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 해준은 이렇게 흥분한 상태인 미모를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 한 순간에 돌변시켰다. “봤어요? 성공했네. 그거 알리려고 갔다. 그게 나예요. 그리고 거긴 등록안합니다. 거기 등록하면 당신이랑 썸 탈 수가 없잖아”라는 대사는 다소 투박한 것 같지만 솔직했다. 아니, 그래서 온갖 미사어구를 늘어놓는 말보다 더 로맨틱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미모와 해준의 사랑은 어떤 장애물 없이 결실을 맺었다.
동시에 수혁(정경호 분)은 한 발 늦게 됐다. 시청자들이야 수혁이 미모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화면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미모는 아니다. 그의 속마음과 뒤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왜 알아주지 못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할 수 있겠다만 사실 현실 연애에 비춰보면 애매한 수혁보다는 나 좋다고 고백하는 해준에게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먼저 얻는다’는 말이 다시 한 번 이해되는 순간이다.
권율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직진 고백의 아이콘이자 로맨스 강자로 쐐기를 박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방송됐던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2’에서 사랑 앞에서 솔직한 상우 역으로 출연했던 바. 결국 수지(서현진 분)를 차지한 건 남자 주인공 대영(윤두준 분)이 아닌 상우였다.
이렇다 보니 어차피 남녀 주인공이 이뤄진다는 불변의 진리처럼 내려오던 공식을 깨는 로맨스 드라마가 등장하기도 했다. 주인공과 서브남을 나누는 기준도 모호해지고 있다. ‘한 번 더 해피엔딩’의 결말도 그래서 확신할 수가 없다. 하나 확실한 건 권율이 엔딩 단 4분으로 여심을 초토화시켰다는 것뿐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한 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