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를 할 때 이성이 나올 확률, 그것도 마음에 쏙 드는 이상형이 내 앞에 등장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혹은 그녀가 싱글인 데다가 나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은? 각종 변수들을 다 제외하다 보면,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MBC ‘한 번 더 해피엔딩’(이하 해피엔딩) 속 유인나의 에피소드 속 중고 거래남도 이 기준에 완벽하진 못했다. 그러나 유인나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해피엔딩’에서 초등학교 교사 고동미(유인나 분)는 반 아이가 남자친구를 위해 밤새 쿠키를 구웠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괜한 부러움에 입을 삐죽대던 그는 “이 나이에 남자친구 없으면 등신”이라는 아이의 핀잔에 오븐을 사겠다고 결심했다.
고동미는 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지다가 괜찮은 오븐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누리까지 성공한 그는 직거래를 하러 나갔다가 오븐 주인(김민준 분)에게 홀딱 반했다. 그러나 이내 그 남자가 ‘돌싱’이라는 사실을 알고 울상을 짓는다. 고동미의 연애관에 이혼남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동미는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모두 사랑을 하고 있건만 자신만 혼자라는 사실도 그렇고, 어느덧 30대라는 압박도 그를 고민하게 됐다. 얼마 전에는 마음에 품고 있던 학교 선생님까지 동료와 결혼을 하겠다며 깜짝 발표를 하자 그는 더욱 조급해졌다. 고동미는 절친 한미모(장나라 분)에게 “중고 남자는 어떻냐”며 오븐 주인 이야기를 꺼내며 고민을 털어 놨다.
그동안 고동미는 ‘미혼’ 딱지를 떼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 왔다. 단순히 결혼이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오히려 쉬운 문제였을지 모르지만, 고동미는 자신의 이상형을 만족하면서도 예쁜 사랑까지 하길 바랐다. 백마 탄 왕자님과 궁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공주님의 사랑, 고동미가 원하는 것은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 고동미는 매순간 마음에 드는 남자를 보면 사랑에 빠지고 본다.
고동미는 빈약한 손재주로 도화안 메이크업을 시도하기도 하고, 20만원 짜리 단체 미팅에 나서기도 하며,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래도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남자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들에게는 가끔 신경질을 내기도 한다. 그의 고군분투가 일견 답답해 보일 수는 있지만, 고동미가 밉지만은 않다. 갖은 불운 속에서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주장하는 고동미의 모습이 어딘가 짠하다. 그는 많은 ‘금사빠’들과 ‘결혼’이라는 이벤트에 쫓기고 있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고동미는 점쟁이로부터 “곧 아홉 살 연하의 남자친구가 생길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남자의 품질 보증은 확실히 안 돼도 용한 점쟁이니, 고동미를 보듬어 줄 남자친구가 곧 찾아오지 않을까.
‘해피엔딩’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1시 MBC에서 방송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