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더부룩할 때 탄산음료를 마시면 소화가 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처럼 갈등이 해결되는 상황이나 인물에게 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는 뜻으로 ‘사이다’라는 말을 쓴다. 주인공이 몰리고 몰려 최종회가 가까워져서야 해결되는 답답한 스토리는 이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듣는다. 답답한 주인공의 상황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사이다’ 같은 캐릭터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에서는 진우(유승호 분)가 마약파티 현장에서 규만(남궁민 분)을 놓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규만은 자신의 여동생이자 검사인 여경(정혜성 분)이 자신을 잡을 수 없음을 이용했고, 자신의 친구이자 비서인 수범(이시언 분)을 미끼로 사용했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현장에서 유일하게 빠져나가는 그의 미소는 소름끼치도록 악독해 보였다.
진우의 복수가 다시 미궁에 빠지면서 시청자들은 다시 한 주를 더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재익(김형범 분)이 파티 현장에 있던 규만의 모습을 모두 촬영했으나, 현재까지 이 드라마의 전개상 화끈하게 그 죄상이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이런 답답함을 날리는 속 시원한 장면이 있어 시청자들을 위로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일호그룹에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선 동호(박성웅 분)과 자신 만의 길을 가는 영진(송영규 분)이다. 특히 영진이 일호(한진희 분)의 제안을 거절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를 통틀어 거의 가장 통쾌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영진을 두고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냐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하기는 뭐하다. 전형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의 쿨한 화법과 배포 있는 행동은 시청자들의 속을 긁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일호와 무석(엄효섭 분)에게 “안주는 못 먹겠다. 비위가 상해서. 예의는 여기까지 차리겠다. 남일호 회장님 늘 이렇게 해오셨냐. 일호의 개 노릇이 더 잘 어울리신다. 당신과 함께 법 밥을 먹는다는 게 구역질이 난다. 오늘 마신 한 잔 술값은 제가 따로 내고 가겠다”며 일어섰다.
다음 만난 사람은 동호였다. 영진은 “내가 지금 얼마짜리 인생 포기하고 여기 온 줄 아냐”며 국밥을 퍼먹었고, 동호의 연합 제안을 수락했다.
영진과 동호가 손을 잡은 것은 물론 규만의 밑에서 일하던 한수(김영웅 분)과 수범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까지 악독한 짓을 행해오면서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호그룹 부자에게 날릴 시원한 ‘사이다’ 한 방이 기다려진다./ besodam@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