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속 남궁민에 대한 복수극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장장 14회의 우여곡절 끝에 만난 사이다 한 모금에 그간 적체됐던 답답함이 조금은 뚫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승호에게 찾아 온 너무나도 큰 불행 탓에 남궁민을 처단하고 복수에 성공한다 한들 ‘해피엔딩’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다.
지난 28일 방송된 ‘리멤버’에서는 탁영진(송영규 분)과 박동호(박성웅 분)이 본격적으로 일호그룹 처단에 나섰다. 두 사람은 결국 남규만(남궁민 분)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서진우(유승호 분)와 뜻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판사 강석규(김진우 분)도 현재 일호그룹과 남규만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 게다가 남규만은 여동생이자 검사인 남여경(정혜성 분)에게 마약파티 현장을 들키기까지 했다.
이처럼 코너에 몰린 남규만은 수행 비서 안수범(이시언 분)을 이용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여태까지 그의 수족 노릇을 했던 안수범조차도 더 이상은 남규만의 편이 아니다. 그동안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혀 왔던 안수범도 결국 폭발했다. 4년 전 남규만이 저지른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결정적 증거품을 꺼내 든 것이다. 남규만이 해 왔던 악행들은 이렇게 전부 부메랑이 되어 주변의 적을 만들었다.
모든 화살이 남일호(한진희 분)·남규만 부자와 일호그룹을 향하고 있다. 남규만이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터다. 그러나 상기했듯, 문제는 곧 모든 기억을 잃는 데다가 그로 인해 목숨까지 위협받게 될 서진우다.
이날 서진우의 주치의로부터 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은 이인아(박민영 분)는 시름에 잠긴다. 과거 기억보다 최근 기억이 더 먼저 사라지며, 과잉기억증후군 때문에 진행 속도도 더 빠르다. 이 병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린다. 겨우 복수에 물꼬가 터졌나 했더니, 이대로는 너무 허무한 결말이다.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을 구해 주지 않은 박동호가 그 앞에 무릎 꿇고 참회한들, 남일호와 남규만이 극단적으로는 사형대에 오른다고 한들 서진우의 인생은 여전히 아프다. 복수에 성공했던 기억마저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신약 개발만이 해피엔딩”이라는 시청자들의 원성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서진우를 지켜줄 수 없다면, 남은 6회만이라도 그만을 위한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라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