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살가운 성격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수더분할 줄은 몰랐다. 스테파니가 무대 위 카리스마를 벗고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는 촌며느리 후보로 거듭났다.
스테파니는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인간의 조건-집으로’(이하 집으로)에서 조세호와 남창희의 초대를 받아 장고마을을 찾았다. 그는 장고마을 꽃할매와 마주하자마자 결혼 관련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꽃할매와 두 손자, 조세호·남창희의 어택은 계속됐다. 조세호와 남창희는 자신들 중에서 남편감을 지목하라고 요구했고, 손자들을 끔찍이 챙기는 꽃할매는 힘든 부엌일을 시키며 핀잔을 줬다. 강원도 영월에서 금지옥엽 외동딸이었던 스테파니가 장고마을에서는 콩쥐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스테파니는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조세호와 남창희의 짓궃은 장난에도 웃음으로 상황을 넘겼다. “9첩 반상을 준비해라” “그냥 집에 가라”는 등의 푸대접에도 미소로 일관했다. 그러다가도 “남자들이 들이대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려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의외의 허술한 모습도 있었다. 꽃할매를 위해 노래를 불러 달라는 주문에 할머니들이 알지 못 할 본인의 노래를 부른다거나, 상황극을 만들어도 “어떻게 받아쳐야 될 지 모르겠다”며 당황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시키는 것은 다 했다. 콩나물을 씻으라면 씻었고, 설거지를 하라면 했다. 예능에는 서툴어도 예비 손주며느리 노릇은 톡톡히 해내는 스테파니의 모습이 오히려 큰 웃음을 줬다.
손자만 챙기는 할머니와 얄미운 두 손자 사이에서도 스테파니의 수더분함이 빛났던 이유다. 방송 말미 그는 또 다시 장난을 치는 조세호를 향해 “술 먹고 또 저런다.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내가…”라며 구박데기 며느리에 빙의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집으로’에서도 부모님을 대하며 조금도 불편한 내색 없이 처음 만난 가상 부모님을 대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었다. 무대에 오르면 ‘여신’이라 칭송받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카메라를 노려 보던 강렬한 눈빛은 귀여운 딸 혹은 손녀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었다. 결국 깐깐한 꽃할매에게도 “성격이 좋다”는 칭찬과 함께 손주며느리로 합격점을 받은 스테파니였다.
어떤 난감한 상황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스테파니, 곧 전국 할머니들의 손주며느리감 1순위로 등극할 듯하다./bestsurplus@osen.co.kr
[사진] ‘집으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