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혜수다. 배우 김혜수가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장기 미제 사건의 중추이자 중심인물 중 유일하게 여성인데도 남성 못지않은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중이다.
‘시그널’은 과거와 현재가 무전으로 연결되는 가운데, 장기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 김혜수는 2016년 현재의 형사인 차수현을 맡아 경찰 내부의 썩은 정치로 인해 보이지 않는 방해 속에서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1989년 과거 형사인 이재한(조진웅 분)과 현재의 프로파일러인 박해영(이제훈 분)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무전 연결이라는 판타지 설정이 들어가 있다. 박해영과 이재한이 혼동을 겪으면서도 살인범을 잡는다는 공통적인 목적 하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일을 모르지만 자신만의 높은 통찰력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차수현의 이야기가 맞물려서 흥미를 자극한다.
과거 형사인 재한과 인연이 있고, 형사로서 산전수전을 겪었으며, 정치적인 목적보다는 정의구현이라는 진정성을 갖고 있는 형사. 시청자들은 김혜수가 연기하는 수현이라는 인물에 빠져서 이 드라마를 지켜보게 된다. 김혜수는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 듬직한 모습, 위기에 고난에 휩싸이더라도 결국에는 피해자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가는 인물로 완벽히 설정했다.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크게 표정을 바꾸지 않아도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김혜수가 ‘시그널’ 수현 그 자체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배우의 탁월한 연기 덕분이다. 범죄 스릴러 장르인 ‘시그널’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있어서 김혜수가 대사를 내뱉고 잠시 뜸을 들이며 여운을 길게 끌고가는 연기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하는 중이다.
김혜수는 과거와 현재가 연결돼 있어 극적인 순간을 많이 맞이하는 이제훈, 조진웅에게만 쏠릴 수 있는 시선을 수현이라는 제작진이 분명히 이유가 있어서 배치했을 인물에게도 집중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김혜수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가 묻어나는 카리스마, 시청자들을 극으로 무조건적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혜수는 연기 인생 30주년을 맞은 까닭에 뛰어난 연기력을 갖추고 있는 배우이자, ‘안티가 거의 없는’ 얼마 되지 않은 여자 배우다. 무엇보다도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시청자들에게 개연성을 부여하는 완벽한 캐릭터 설정이 어떤 작품이든 김혜수가 출연한다면 일단 ‘믿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혜수가 이렇게 연기를 하고 이 작품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마음 편안하게 드라마에만 몰입하게 하는 신뢰감이 있는 것. 그리고 김혜수에 대한 대중의 믿음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시그널’에서도 깨지지 않았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