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위기가 아닌 기회였다. 조영남과 김수미의 하차로 인해 짝이 된 이경규와 박명수의 조합은 한 회 만에 ‘케미’를 빵 터뜨리며 큰 호응을 얻었다. 매니저 역할이었던 두 사람에게 새로운 스타를 붙이기보다 한 팀으로 묶은 ‘나를 돌아봐’의 과감한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KBS 2TV ‘나를 돌아봐’ 측은 지난 22일 조영남과 김수미가 하차하며 이경규, 박명수가 한 팀이 되고 지오디 박준형과 갓세븐 잭슨이 새롭게 합류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은 부분은 이경규와 박명수 중 ‘누가 매니저가 되느냐’였다.
두 사람은 MBC ‘무한도전’ 예능총회 특집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평소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하는 선후배사이다. 그런 이들이 24시간을 함께 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이경규가 매니저 역할, 박명수가 스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증폭됐다.
버럭 개그의 시초인 이경규가 호통 개그의 원조 박명수를 매니저로서 챙기는 모습이 상상만 해도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 것. 지난 29일 베일을 벗은 두 사람의 모습은 역시 기대 이상의 ‘꿀잼’을 선사했다. 까마득한 후배의 매니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패닉에 빠진 이경규와 마찬가지로 한참 선배인 이경규가 매니저라는 말에 경직된 박명수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박명수. 그는 언제 어색해했냐는 듯 이경규에게 라디오 생방송이 시작하기 전 약과를 사다달라고 요구했고, 이경규는 결국 그의 카드를 받아들고 매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경규의 굴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명수는 ‘한식을 세 번 먹으면 한 번은 이탈리아 음식을 먹어야 한다’, ‘대본을 보여 주지 말라’는 등 까다로운 매니저 주의사항을 늘어놓으며 선배를 골탕 먹일 기회를 잡았다.
무엇보다 이경규의 반전이 재미를 더했다. 그는 평소처럼 박명수에게 버럭하다가도 곧 “미안해”라고 사과했고, 심지어 “방송 한 번 배워 볼래요?”라고 도발하는 말에도 거부하지 않고 즉석에서 라디오 생방송에 임했다. 또한 과거 자신에게 호통을 들었다는 청취자에게는 ”제가 죽을죄를 졌다“며 사과해야 했다.
이들의 ‘케미’가 어색하되,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이해가 전제되어있기 때문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말에 수긍하는 모습이 외람되지만 ‘귀엽다’고 느껴진다. 이경규와 박명수의 조합은 프로그램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바꿨을 뿐 아니라, ‘나를 돌아본다’는 기획의도에 진정으로 걸맞은 본보기가 됐다. 특히 어딘가에서 본 듯하면서도 신선한 두 사람의 모습은 왜 이제야 만났을까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이 두 사람의 케미는 어디까지일지 더욱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OSEN DB, '나를 돌아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