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지만 신선한 도전들로 호평받았던 KBS 2TV ‘인간의 조건’이 최근 네 번째 시즌 ‘집으로’를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이번에는 가족 만들기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사연으로 부모님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는 연예인 출연진과 자식들을 출가시킨 뒤 혼자 사는 팔도의 엄마아빠들이 만나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 중 하나, 가족을 꾸린다는 설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의 조건 - 집으로’(이하 집으로)의 출연진 최양락, 안정환, 조세호, 남창희, 스테파니는 시골 마을에 홀로 거주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을 만나 그들의 가족이 됐다. 대장할매, 푸할배, 꽃할매 등 각양각색 캐릭터를 지닌 가상 부모와 연예인들의 조합은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집으로’에서 가상 부모 되기보다 어려웠던 것은 손주 되기였다. 오랜 세월이 둥글게 만들어 준 가상 부모들의 푸근한 미소는 갑작스레 손주가 되겠다며 찾아온 이방인들도 부드럽게 포용했다. 오히려 어른들의 따뜻함과 시골 생활에 적응하려 애쓰는 출연진의 모습이 의외의 재미를 줬다. 이들은 이전부터 살갑고 넉살 좋은 모습들을 보여 준 베테랑 방송인들이었지만, ‘집으로’ 에서만은 푸할배가 유재석이고 꽃할매가 강호동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관계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안정환과 푸할배였다. 인천 강화군 심산리에 살고 있는 푸할배는 할아버지라는 존재를 모르고 살았던 안정환과 만나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이내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눈 안정환과 푸할배는 내리사랑·치사랑과 우정을 넘나드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실제 조손 사이도 이렇게 재밌지는 않을 터였다.
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가족을 고생시켰던 경험, 어떤 가족 구성원의 부재로 결핍을 느껴야만 했던 사연들을 털어 놓는 안정환과 푸할배의 모습이 뭉클했다.인간의 기본 조건 중 하나인 가족을 만든다는 ‘집으로’의 기획의도와 꼭 들어맞는 두 사람의 관계가 보는 이들에게도 적잖은 울림을 선사했다.
최근 드라마를 통해 촉발된 남편 찾기의 결과 역시 결국에는 새로운 가족이다.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주고, 나 역시 조건 없이 응원할 수 있는 가족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점점 작아지고, 쪼개지고 있다. 숫제 없었던 가족 구성원을 채워 나가는 콘셉트의 ‘집으로’ 속 가족 찾기가 남편 찾기 만큼 뭉클함을 주는 이유다. 앞으로 이어질 ‘집으로’ 또한 따뜻한 화합의 장으로 기능하길 바라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집으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