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라미란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연기했던 인물은 '라미란'이다. 작품이 끝나고 만난 라미란은 솔직한 입담을 이어가며 유쾌했고, 배우로서의 삶을 말할 때는 사뭇 진지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혜리 분)을 향한 속앓이를 했던 정환(류준열)의 엄마이자, 끊임없이 유행어를 남발하는 남편 김성균(김성균)의 아내였던 '치타 여사' 라미란은 아들 정환이 덕선과의 해피엔딩을 맞지 못해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 했고, 덕선에게는 '왜 내 아들 찼느냐'고 따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라미란은 진지했다. 지금의 인기가 그저 '뻥튀기' 같은 거라며 자신을 낮추며 겸손해 할 줄 알았고, 새로운 장르에 대한 고심, 자신의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에도 진중한 고민을 토로했다.
◆ '응팔' 라미란 "택이는 맨날 약만 먹는데…"
배우 라미란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으로 마무리 된 사실이 못내 아쉽다. 드라마 속 '모정'이 작용했다.
라미란은 "내가 정환을 사천으로 다시 보내면서 펑펑 우는 신이 그것('어남택')의 복선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더라"라고 말문을 열더니 "그건 아니다"고 자신도 결말을 알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래도 아들 정환이가 속앓이를 하면서 끝난 것을 보면 안타깝다. '고백신이 진짜 고백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며 '응팔' 18회에 등장한 정환의 '피앙세 반지 고백'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당시 정환은 덕선(혜리)에 대한 진심을 나열하며 6년만의 짝사랑을 고백했다가, 돌연 농담으로 무마시킨 바 있다.
결국 덕선의 짝은 택(박보검)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라미란은 "택이는 바둑 밖에 모르고, 맨날 약을 먹는데,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웃더니 "정환이 같은 스타일을 만나야 더 행복하다. 물론 내가 보검이를 예뻐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우리 아들이고, 내 손가락이니 서운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이어 "한가닥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고백신이 끝나고 반전을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정환이는 이미 약간 접은 것 같더라. 정환이가 '끝인 것 같다'고 했었다"며 "'정말 끝이다'라고 말해주며, '응팔'이 끝나면 인기 거품이 빠지니 마음을 꼭 잡으라고 했다. 시작하는 친구들이니 만큼 작품을 고르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까지 '정환의 엔딩'이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라미란은 "정환이가 어떻게 살지 궁금하다. 가끔 사천에서 올라 올건데, 덕선이네랑 같이 있으니 덕선이를 봐야 하는데 걱정이다"며 "나중에라도 정환의 속앓이를 알게 되면, 엄마로서 덕선에게 '왜 우리 아들 찼느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엄마로서의 심경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라미란이 떠올린 정환과의 첫 대면. "감독님이 가족 미팅할 때, 아들이 2명 있는데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못 생겼다'고 하더라. 만나 보니 못 생긴 건 못 생긴 건데, (극중 엄마인) 절 닮았으니 할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보면 볼수록 괜찮았다. 본래 못 생긴 사람에게 빠지면 약도 없는데, 많은 분들이 빠져 있는 것으로 안다. 아마 헤어나오기 힘들 거다."
◆ '배우' 라미란 "작품을 안 하면 배우가 아니다"
라미란은 지난 2015년 케이블에서 두 개의 작품을 소화했다. 상반기 tvN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에서는 시즌 12~13에 이어 또 한 번 라과장을 맡아 "넣어둬"를 연발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3번째 작품 '응답하라 1988'였다. 김성균과 부부호흡, 류준열·안재홍과는 모자호흡을 처음으로 맞췄다.
처음부터 지금 같은 '대박'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방송 전부터 연출자인 신원호 PD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작품은 망한다"라고 자신(?)했던 것 때문인지, 라미란도 처음에는 이 작품이 망할 줄 알았었다고 했다.
라미란은 "0회 방송을 보고 망할 줄 알았다. 그런데 찍고 나보니 제게 인생작이 됐더라. 쌍문동 어른 중에 혼자 사투리를 쓰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었다. 어색하면 어쩌나하고. 다행히 아이들은 사투리를 안 써서 거기에 얹혀갔다"고 초반 연기에 대한 고민점을 이야기했다.
레오파드 의상을 반복 착용해 수식어처럼 따라 붙었던 '치타 여사', 그리고 시트콤보다 더 큰 웃음을 유발했던 각종 대사와 리액션들에 대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라미란은 "호피 의상은 대본에 적혀 있었다. 의상팀에서 준비했다. 호피무늬가 많이 없어서 재래시장 같은 곳을 돌아다녀서 힘들었다고 하더라. 애드리브는 거의 없다. 대본에 충실한 편이다. 어떤 분들은 제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줄 아는데, 아니다. 거의 써준 그대로 한다. 여권에 적힌 영어 스펠링을 몰라 '아들 미안'이라고 말할 때는 '미안하듯 멋쩍은 웃음'이라 적혀 있었다"고 털어놨다. 해당 장면은 방영당시 큰 감동을 안겼다.
하고 싶은 장르는 늘 '멜로'다. 가끔 상대 남자 배우에 대한 이야기로 웃음을 유발하긴 했지만, 그 이유는 또렷했다. 해보지 않은 역할, 해보지 않은 멜로극이 고프다는 이야기였다. "항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선남선녀가 하는 그런 멜로가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멜로였으면 한다.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그런 멜로말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이미지가 소비된다' '비슷한 이미지로 출연이 잦다'는 지적에 대해서 "일을 하는 것은 행복한 거다. 쉬는 기간이 많을 때를 떠올리면 일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요즘 '질려버리면 어쩌지' 라는 고민도 있지만, '일을 안 하면, 배우가 아니다'는 생각이 더 크다. 최대한 겹치지 않게, 질리지 않게, 연구 하겠다. 다른 작품에선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게. '쉬고 싶다'는 건 내겐 건방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지나간 2015년, 그리고 다가올 2016년을 '뻥튀기'에 빗댔다. '응팔'은 라미란에게 노력으로 빚어낸 맛있는 뻥튀기 같은 거라고 했다. "작년은 뻥튀기를 만든 해다. 올해는 그 뻥튀기를 먹겠다. 가늘고 길게, 도드라지지 않게, 송곳처럼 튀어나오지 않게, 스며드는 연기를 할테니 관심있게 지켜봐달라."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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