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이름 세 자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대사만 들어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개성과 흔한 막장과는 격이 다른 파격적인 소재들은 그에게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줬다. 이러한 그의 작품에 합류한다는 것은 배우들에게 크나큰 의미다.
김수현 작가는 대본을 전달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대본 리딩에 참석해 연기 지도까지 담당, 표정 하나 대사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얼굴을 알릴 기회를 얻을 뿐만 아니라, 연기력 측면에서도 김수현 인증 마크라는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얻게 된다.
배우들의 ‘김수현 앓이’는 작품이 끝난 후에도 계속 된다. 학창시절 가장 무서웠던 선생님이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과 같은 얘기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작품을 통해 예상하는 작가 김수현이 아닌,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했던 배우들이 생각하는 작가 김수현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자.
# 이순재 “김수현 작가, 관찰력 뛰어난 사람”
어느덧 데뷔 60년차가 된 배우 이순재는 김수현 작가와는 신인 시절부터 남다른 인연을 자랑했다. 1990년 ‘배반의 장미’를 시작으로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엄마가 뿔났다’, ‘무자식 상팔자’ 등 김수현 작가의 수많은 작품들에 이어 이번 신작 ‘그래, 그런거야’ 역시 함께 하는 것.
그런 그는 김수현 작가를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다 의미가 있고, 나이 든 사람을 병풍으로 세워두지 않는 설정으로 주인공만 사는 드라마가 아닌,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의 드라마에서는 애정에서 갈등이 생기고, 그 사랑으로 갈등의 해법을 찾는다. 그러니 김수현 작가 드라마는 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라는 이순재의 말에서 김수현 작가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드러난다.
# 이지아 “그 순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이지아는 논란 아닌 논란을 겪은 후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많은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안정적인 연기력과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은 그를 다시 배우 이지아로만 볼 수 있도록 도왔다. 후에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지아는 이를 김수현 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안 되겠구나, 너무 부족하구나 싶었고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회식 자리에서 김수현 작가님이 잔을 부딪치시더니 ‘지아야 고생했다’고 하시더라”라며 “드라마가 절반 남아있던 상황이라 당황했는데 ‘그 얘기가 아니야’라고 하시더라”며 “순간 내 가슴 속에 울리는 게 너무 컸다”고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이지아는 “‘선생님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고 했더니 ‘이 나이가 되면 다 보여’라고 하더라. 그 순간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김수현 작가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 남상미 “안 좋은 생각 들면 바로 전화하라고”
남상미는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왕따설과 출연 번복 등의 일들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통을 겪었다. 힘든 시기를 겪는 그를 위로한 것은 다름 아닌 김수현 작가. 남상미는 당시 O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번은 이런 말을 해주신 적이 있다. 젊은 연기자들에게 본인은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라. 왜냐고 물으니 앞으로 30~50년 얼마나 더 힘든 일을 겪어야 할까 싶어 걱정이라고 했다. 그때 그분의 진심이 느껴졌다. 요즘 연예인들이 간혹 나쁜 마음을 먹는 모습을 보시고는 안 좋은 생각이 들면 바로 전화하라고 하셨다”라고 밝혔다.
# 강부자·김나운·이민우·우희진 “호랑이 선생님? 푸근하신 분”
앞서 언급했듯이 일각에서는 김수현 작가를 두고 ‘호랑이 선생님’이라고 표현한다. 이름이 주는 위압감과 존재만으로도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그가 엄격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입 모아 이를 부정했다. 강부자는 ‘엄마가 뿔났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김수현 작가를 무섭고 날카로운 성격의 소유자로 알고 있는데 굉장히 뜨겁고 따뜻한 사람이다”이라고 말했다.
김나운 역시 ”김수현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라며 “예전에 드라마에 출연했던 가정부 역의 단역 배우가 실제 암으로 투병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드라마에 출연을 시키거나 주선해주셔서 많은 연기자들이 그 소식을 듣고 감동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김수현 작가와 첫 호흡을 맞추게 된 배우 이민우와 우희진 역시 마찬가지로 그를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만난 모습은 달랐다고 한다. 이민우는 “작품을 하기 전 겁이 났다.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한 김정현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김수현 작가는 듣던 것과 달랐다. 푸근하고 시원시원하신 분이다. 멋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희진 역시 “촬영 전에는 정말 긴장했다. 하지만 나는 물론 시청자까지 배려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혜롭고 좋은 분이다”고 전했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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