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여성 팬들이 줄을 이었다. 이번에는 대놓고 끼를 부려 여심을 훔쳐간다. 배우 강동원과 길에서 처음 마주쳤는데, 눈을 맞추고 씩 웃는다면 안 넘어올 여자가 어디 있을까.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에서는 그런 강동원이 2시간 내내 나온다.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 여기서 강동원은 전과 9범의 꽃미남 사기꾼 치원 역을 연기했다. 치원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유학생을 연기한다. 타고난 것이라곤 죄수복도 남다른 핏으로 완성하는 외모, 명석한 두뇌 그리고 가난밖에 없어 돈 많은 여성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사기꾼이 되는 결론에 도달한 것.
그러다 보니 마주치는 여성마다 추파를 던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강동원은 최근 OSEN에 “제 아이디어였다”며 “원래 대본상에서는 만나는 여자마다 추파를 던지는 장면은 없었다. 찍으면서 재밌을 것 같아서 하다보니까 처음 본 은행 여직원에게도 추파를 던지고 비서한테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강동원이 이 정도까지 작정하고 여심을 노리는 역할은 없었다고 할 수 있는데, 창피하지는 않았냐는 말에 “창피했다. 은행 여직원은 처음 보자마자 추파를 던지니까 민망했다. 원래 제가 이런 사람은 아니다”며 웃음 지었다.
영화는 강동원이 맡은 치원이라는 캐릭터로 하여금 오락의 속성을 띈다. 유학생이라고 속여야 했기에 한국말도 외국인처럼 굴리고, 딱 중학생 수준의 영어를 남발한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동자로 과장된 연기를 하고, 셔플에 부비부비까지 막춤도 기막히게 춘다. 이쯤 되면 강동원이 등장하는 신에서는 이미 웃을 준비가 돼 있다.
이와 관련해 강동원은 “이렇게 가벼운 캐릭터는 처음 들어왔던 것 같다. 갈수록 나이가 드니까 능글맞아지는 것 같다”며 “원래 그 정도 막춤 설정은 아니었는데 찍다보니까 그게 더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 현장에서 바꿨다. ‘셔플만 화려하게 춘다’, ‘로봇 춤을 이상하게 춘다’ 정도였다”며 “나름 치원이는 메소드 연기라고 생각했다.(웃음) 너무 몰입해서 자기도 헷갈린다는 설정이다. 그게 귀여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치원은 ‘검사외전’의 키포인트이자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캐릭터다. 치원의 개그 수위에 따라 영화의 톤이 달라진다. 이 점을 강동원도 염두에 뒀다고. 그는 “얼마나 더 웃겨야 하나, 아니면 덜 웃겨야 하나로 수위조절하는 게 중요했다”며 “적정선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동원은 영화 한 편의 오락담당이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웃겨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제가 코미디 연기를 사실 좋아한다. 치원을 연기하면서 속은 시원하더라. 예를 들어서 여성 분에게 그렇게 작업을 걸어본 적도 없고. 해보니까 재밌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검사외전'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