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오스카 미끄러진 작품 넷 [어바웃 디카프리오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2.02 15: 21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또 한 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도전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에서는 언제나 '불운한 배우'라는, 동정 어린 시선을 받았던 그는 데뷔 후 25년간 네 번이나 오스카에 도전했지만, 매번 '무관'에 그쳤던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올해 열리는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모두가 이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수많은 후보작 중 최다 노미네이트를 이룬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주인공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등 총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에서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감독상으로 3관왕을 하기도 한 유력작. 레오나르도는 과연 25년 만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네 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시험에 들게 했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그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원해 본다. 

◆'길버트 그레이프'(라세 할스트롬 감독, 1993)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8세 때 개봉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주인공 길버트 그레이프(조니 뎁 분)의 지적장애인 동생 어니 역을 맡아 열연했다. 
'길버트 그레이프'는 식료품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며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어니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지만, 지적 수준의 한계로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 위험한 행동을 일삼아 형의 걱정을 더해주는 캐릭터다. 아직 어린 소년에 불과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에서 실감나는 지적장애인 연기로 연기파 배우의 싹을 보여줬다. 
또 이 영화가 지닌 남다른 가치가 하나 있다면, 주인공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 시절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훤칠하게 잘생긴 조니 뎁과 해맑은 미소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투샷'을 보는 것만으로 '안구정화'가 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를 통해 1994년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에게 상을 양보했다. 
◆'에비에이터'(마틴 스콜세지 감독, 2004)
'길버트 그레이프' 이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전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영화 '타이타닉'(제임스 카메론 감독, 1997)의 역대급 흥행 덕분이다. 이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은 그는 엄청난 인기와 쏟아지는 호평에도 불구,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샀다. 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떤 이유에선지 아카데미 시상식에 불참을 하기도 했는데, 그 때부터 그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미움을 받았고, 악몽 같은 수상 불발 역사가 시작됐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기도 하다. 
그로부터 약 7년 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게 한 영화가 '에비에이터'다. '에비에이터'는 조각같은 외모, 총명한 두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통해 20세의 나이에 억만장자가 된 하워드 휴즈의 성공과 좌절을 그린 작품. 여러모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안성맞춤이었던 이 영화는 역시나 그의 연기력과 매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애비에이터'를 통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005년 열린 제7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역시나 영화 '레이'의 제이미 폭스에게 상을 내줘야 했다. 당시 '에이베이터'는 여우조연상(케이트 블란쳇),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편집상 등을 받았지만 남우주연상 만은 비껴갔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에드워드 즈윅, 2006)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세번 째 아카데미 도전작이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란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반군 및 무장 세력들이 전쟁 자금 등을 목적으로 현지인을 반인륜적, 폭력적으로 착취해 생산해 내는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이처럼 참혹한 다이아
몬드 생산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역할은 시에라 리온 현지에서 무기구입을 위해 밀수거래를 일삼던 용병 대니 아처. 그는 이 역할을 통해 연기파 배우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고, 그 결과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불발이었다. 남우주연상은 영화 '라스트 킹'의 주인공 포레스트 휘태거에게 돌아갔다. 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또 다른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디파티드'는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등을 수상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입장에선 상을 피해가도 이렇게까지 피해갈 수는 없었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마틴 스콜세지, 2013)
슬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카데미 징크스가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의식해 일부러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과 센 캐릭터를 맡는다는 루머가 돌기도. 어느 순간 세월의 직격타를 맞이한 잘생긴 외모의 묘한 변화도 안타까움을 주는 요소였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또 한 편의 마틴 스콜세지 영화다. 이 영화는 화려한 언변,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를 지닌 노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주가 조작으로 최고의 억만장자가 된 후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또 다시 카리스마 넘치는 역을 맡은 그는 역시나 탁월한 연기력으로 유연하게 극을 이끌어 갔다. 그 결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7년 만에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운명은 또 한 번 그를 시험에 들게 했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함께 출연한 매튜 맥커너히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것. 오랫동안 기회를 기다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또 한 번 고배를 마셔야했고, 그의 아카데미 수상은 할리우드 영화인의 염원이 됐다. /eujenej@osen.co.kr
[사진] '길버트 그레이프', '에비에이터', '블러드 다이아몬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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