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으로 지정돼도 한참 전에 지정됐을 법한 외모였다. 영화 ‘토탈 이클립스’(1995), ‘로미오와 줄리엣’(1996) 그리고 ‘타이타닉’(1997)까지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외모 전성기 시절 작품을 보면 그렇다. 함께 출연한 여배우도 뛰어넘을 이 미남자는 전 세계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디카프리오가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외모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진심이 더욱 빛났기 때문이 아닐까.
디카프리오의 현재를 말하려면 우선 놀라운 외모를 자랑했던 90년도 중후반 작품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그가 작품을 위해 외모를 포기한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국내 관객들이 디카프리오의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은 아무래도 ‘타이타닉’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최상의 외모를 기록한 작품을 꼽자면 ‘토탈 이클립스’를 꼽고 싶다. ‘토탈 이클립스’는 파리를 배경으로 두 천재 시인 폴 베를렌느(데이비드 툴리스 분)와 랭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사랑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영상화보라고 생각될 만큼 놀라운 디카프리오의 비주얼을 담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젊음을 내뿜는 아름다운 소년이자 시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랭보를 말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했다. 사실 그의 연기력은 이 시절에도 흠잡을 데 없었으나 외모가 너무 뛰어났기에 연기보다는 외모가 더 회자되고 있어 안타깝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타이타닉’ 역시 그의 아름다웠던 젊음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긴 작품들이다. 특히 그의 소년 같은 분위기가 잘 드러났는데, 그것이 ‘토탈 이클립스’와 함께 세 작품을 외모만으로 따졌을 때 ‘리즈’(외모나 실력 등이 인생에 있어 가장 훌륭했을 시절을 뜻함) 작품이라고 꼽는 이유다.
그런데 디카프리오가 20여 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또 존경받는 배우가 된 이유는 외모가 아닌 바로 도전정신에 있었다. 꽃 미모를 앞세운 캐릭터를 선택해 안전한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작품 속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살을 찌우기도 하고 수염도 기르며 계속 새로운 얼굴을 찾아왔다. 마치 그가 출연했던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여러 얼굴로 위장하는 프랭크처럼. 이러한 노력이 더해져 꾸준히 많은 작품을 찍었음에도 작품마다 연기하는 디카프리오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들만 보였다.
물론 그는 지금도 잘생긴 외모를 갖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20여 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스스로 ‘꽃미남’을 포기할 만큼 영화를 사랑하고 연기에 몰두하는 열정이 그를 90년대 중후반 리즈 시절보다 더 빛나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여전히 디카프리오는 멋진 배우다. / besodam@osen.co.kr
[사진] '토탈 이클립스',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