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로봇소리' 이성민, 꺼진 흥행 되 살리는 미친 연기력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1.31 09: 26

꺼져가는 영화 흥행도 되 살린다. '로봇소리' 이성민이 그 주인공이다. 개봉 후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슬슬 꺼져가던 '로봇소리' 흥행 성적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 원톱 주연 이성민의 미친 연기력이 죽어가던 불씨에 솔솔 바람을 불어넣은 때문이다. 도대체 이 배우의 진실된 연기력의 끝은 어디일까.
사람냄새 풀풀 나는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청춘들의 멘토가 되고, 의사의 사명감을 말하고, 부성애를 절절하게 표현한다. 작품마다 맡은 역할은 달라도 모두 그 인간미에 중독되는 듯 하다. 이성민이야말로 캐릭터를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설득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영화 '로봇소리'가 박스오피스 2위까지 다시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입소문이 퍼지는 개싸라기 흥행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로봇소리'는 지난 30일 하루 동안 7만6천여명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 23만명을 기록했다. 전날 보다 두 계단 상승한 순위다. 선두를 질주중인 할리우드 애니 '쿵푸팬더3'의 압도적인 흥행에는 밀렸지만 최근 개봉작들 가운데 유일하게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영화와 배우 이성민이 주는 감동의 힘 덕분이다.

  
이성민은 지금까지 친서민적인 대한민국 국왕, 꼭 필요하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외상외과의사, 미생 장그래의 인생 멘토 오차장, 조선시대의 강직한 충신 등 우리네 마음을 헤아리고 또 편에 서는 인물을 주로 맡아왔다. 즉 그의 캐릭터는 곧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이번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에서는 부성애를 표현하게 됐다.
‘로봇, 소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여기서 이성민은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해관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의 절제된 감정 표현은 폭발하는 것보다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마음이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영화의 모든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해관은 하늘에서 떨어진 로봇 소리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발견한다. 소리를 통해 10년이나 찾지 못했던 딸을 찾을 수 있다고 희망을 건다. 누군가에게는 허무맹랑한 말일 수 있겠으나 자식을 잃어버리고 그 생사도 알 수 없는 아버지라면,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해관과 같은 길을 갈 것이다.
앞서 이성민은 드라마 ‘더킹 투하츠’(2012)에서 대한민국의 제 3대왕인 이재강 역으로 출연했다. 이재강은 친서민적이고 국민과 소통을 중요시하며 평화주의자였다. 특정 이익집단에 휩쓸리는 것이 아닌 국민 전체가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꿈꿨던 사람냄새 나는 국왕이었다.
‘골든 타임’(2012)은 사람냄새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성민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의사의 사명감으로 중증 외상환자를 수술하는 열혈 의사 최인혁을 연기했다. 병원마저 상업적인 가치가 우선시되는 가운데 돈이 되냐, 안 되냐는 그에게 무의미한 가치였다. 이처럼 이성민이 연기했던 ‘미생’(2014)의 오차장 역도, ‘화정’(2015)의 한음 이덕형 역도 모두 사람냄새가 나는 캐릭터였다.
그의 인간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로봇, 소리’ 역시 사람냄새를 입었다. 디지털 기술의 상징 중 하나인 로봇을 소재로 하다 보니 SF영화인가 싶었지만, 그 메시지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진심의 힘을 전하고 있는 것. 공식개봉 전 영화를 미리 본 관객들은 사랑하는 사람, 특히 가족에게 평소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꼭 전해야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로봇소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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