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잭 블랙(Jack Black)이 웃음 잭팟을 터뜨렸다. 세계적인 톱 배우라는 명성을 내려두고 ‘동네 형’ 같은 친근하고 푸근한 매력으로 웃음과 함께 호감을 제대로 산 것. 쉼 없는 리액션과 온몸을 불사르는 적극성을 보였고, 웃음을 위해 거침없이 망가지기도 했다.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을 땀으로 흠뻑 적셔가며 선보인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투혼에 가까웠다.
특히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배꼽 잡는 호흡은 그야말로 ‘역대급’. 잭 블랙은 4시간 녹화 만에 단기 속성으로 ‘무도’의 10년짜리 코스를 마스터하며 제대로 녹아들었다. 무엇이든 ‘예스’와 ‘원모어’를 외치며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자기 옷처럼 소화한 그의 긍정 마인드도 훌륭했지만, ‘잭 형’이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힘쓴 제작진 기획과 멤버들의 태도도 반짝 빛이 났다.
그가 ‘무도’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평타’ 이상은 쳤겠지만, 이토록 길이 남을 레전드 방송이 만들어지진 않았을 테다. 해외 톱클래스의 게스트를 초대해놓고도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끄집어내는 것은 ‘무한도전’이 가장 잘하는 일이니까.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선수 예멜리야넨코 표도로를 순둥이로 만든 것도, 당대 최고의 몸값을 자랑했던 축구선수 티에리 앙리를 장난꾸러기로 만든 것도 모두 ‘무한도전’이었다. 제작진과 멤버들은 예의와 배려를 베이스로 깔면서 특유의 깐족거림과 장난기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이들과 소통, 소탈하고 친근한 ‘동네 형’의 매력을 이끌어냈다.
물론 잭 블랙의 출연이 가장 큰 재미를 주기는 했다. 훗날 ‘무도’의 역사를 논하게 될 경우 빠지지 않는 날짜가 될 것 같다. 2016년 1월 30일, 잭 블랙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찾았다. 이날 방송은 잭 블랙의 단기 속성 ‘무도’ 적응기, ‘예능학교 스쿨 오브 樂’ 특집으로 진행됐다.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엇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는 재치 있는 리액션을 선보이며 멤버들과 가까이 호흡했다. 마쉬멜로우로 입을 가득 채우거나 물공에 헤딩을 하고 배로 바닥을 쓸고, 베개로 얼굴을 두들겨 맞으면서 ‘무도’다운 웃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6초 만에 우동을 먹는 것처럼 사기를 치거나, 하하의 장난을 더욱 큰 장난으로 받아주고, 처음 듣는 한국 노래의 음정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감각은 놀라움을 자아낼 정도.
이처럼 그의 활약이 빛난 데는 제작진과 멤버들의 배려와 존중이 있었다. 짓궂은 주문을 하고 장난을 치면서도 먼길 오신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잭 형’이 망가지면 자신들이 더 망가지려고 노력했고, 곤란한 상황을 주문할 때는 먼저 나서 시범을 보인 바다.
‘무도’는 앞서도 이런 적절한 배려와 장난기로 세계적인 스타들과 보기 좋은 호흡을 만들어냈다. ‘얼음 파운딩’이 주특기인 냉한의 파이터 효도르와 함께 ‘리본 풀기’, ‘뭉풍선 터뜨리기’ 등으로 귀여운 매력을 이끌어 냈고(2006년 9월 9일, 16일 방송), 티에리 앙리와는 ‘물공 헤딩’ 게임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큰 웃음, 빅재미를 만들어 냈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 뺨치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새로운 매력을 안방에 선물하기도 했다(2007년 6월 9일, 16일 방송).
이밖에도 ‘테니스 여신’ 샤라포바, 골프 선수 미셸 위, ‘호텔 상속녀’ 패리스 힐튼 등이 ‘무한도전’을 통해 친근한 모습을 선보였고, 국내 스타로는 김연아, 손연재, 조인성, 소지섭, 이나영, 김태희 등이 얼굴을 비추며 호감을 더한 바 있다. / joonamana@osen.co.kr [사진] OSEN DB.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