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인재를 알아보는 것도 리더의 능력이다.
KBS 1TV 드라마 ‘장영실’(극본 이명희 마창준, 연출 김영조)은 유교만이 세계의 질서로 여겨지던 시대에 천출로 태어나 평생을 노비로 살 뻔했으나, 궁에 들어가 15세기 조선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를 만들어 내는 천재 과학자 장영실(송일국 분)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위인인 장영실이기에 그가 조선의 과학을 발전시키는 데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터다. 동시에 신분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장영실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은 보장되지 않았다. 이에 든든한 백이 되어준 것이 바로 세종이다.
지난 31일 오후 방송된 ‘장영실’에서는 장영실이 간의를 보고 오라는 세종의 밀명을 받고 명나라로 떠나온 후 활약상이 그려졌다. 장영실은 간의의 이치를 스스로 깨닫고, 명나라 황실 종친 주태강(임동진 분)의 수운의상대도 고쳐냈다.
그의 모습에 주태강과 딸 주부령(박규리 분)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태강은 장영실과 장희제(이지훈 분)의 능력을 보고 “너희 둘을 가진 조선의 왕이 부럽다”며 감탄했다. 장영실과 장희제는 조선뿐만 아니라 명에서도 인정받은 나라의 인재인 것.
그러나 장영실은 능력만큼 인정받을 수 없었다. 노비라는 신분은 그에게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었다. 이날 방송 말미 그려진 예고편에서는 조선으로 돌아온 장영실에게 노비 신분을 면천해주겠다는 세종의 뜻에 신하들이 반대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여기서 무너질 세종이 아니지만 고난의 날은 예고돼 있다. 이는 세종과 상왕(김영철 분)의 대화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세종을 향한 위협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상왕은 “왕 노릇을 잘하고 싶을수록 힘든 법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신하들은 그저 조아리는 척을 하는 거다. 그걸 아는 건 고독하다. 주상이 그 고통을 나보다 더 많이 받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세종을 지켜줄 황희(정한용 분)를 소개했다.
‘장영실’에서 세종이 꿈꾸는 세상은 백성들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다. 그 일환으로 백성들이 우주의 이치를 깨닫길 바랐다. 계절을 알고 날씨를 알고 시간을 알게 되면 갑작스런 날씨로 불편을 겪거나 두려움에 떨 일이 없어진다.
반면 기득권은 그 공포심을 때론 통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백성들이 똑똑해지는 걸 원치 않아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세종이 백성의 편에 서는 것은 기득권과 반대되는 것으로 그들이 달가워할 일이 아닌 것.
그러나 그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백성들을 위해 신분에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한 세종이었기에 지금까지 훌륭한 위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besodam@osen.co.kr
[사진] '장영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