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형돈이 JTBC ‘냉장고를 부탁해’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형돈은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애청자들 입장에서는 충격이 컸다. 언젠가 쾌차해서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하차의사를 전해 당시엔 놀라웠다.
정형돈은 지난달 6일 소속사를 통해 ‘냉장고를 부탁해’ 하차 의사를 전했다. 복귀 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 MC 섭외의 어려움 등으로 더 이상 제작진에 부담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정형돈이 하차 의사를 밝힌 건 제작진에 대한 의리이자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정형돈이 앞서 지난해 11월 초 하차 의사를 전한 후 객원 MC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객원 MC를 섭외하는 것이 제작진으로서는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정형돈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했던 역할이 컸기 때문. 이에 대체 MC들도 정형돈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다.
성희성 PD는 “정형돈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역량을 제대로 펼쳤고 MC로서 자신의 가치를 알린 프로그램이었다. 그전에도 좋은 MC들이 많았지만 그들 못지않게 훌륭한 MC의 자질을 갖춘 방송인이라는 걸 알렸던 기회이기도 했다”며 “김성주, 셰프들과의 합이 좋았다. 그런 것들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케미가 폭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희성 PD가 정형돈이 없는 건 프로그램의 절반이 빠지는 건데 전력손실이 크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정형돈이 프로그램에서의 역할이 컸다. 김성주와 함께 프로그램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안정감 있게 끌고 갔고 방송 초반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냉장고를 부탁해’를 결국 최고의 쿡방 자리에 올려놨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방송된 지 1년이 지난 후에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건 정형돈이 김성주와 최고의 케미를 만들어내는 힘이 컸다.
정형돈은 김성주, 셰프들과는 물론 제작진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성 PD는 “제작진이과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했고 녹화 시작 전과 녹화 끝나고도 그날 그날 리뷰를 했다. 정형돈과 통화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소통이 잘 된 것 같다. 우리(제작진)뿐만 아니라 셰프들과 김성주와도 좋았다. 녹화가 없는 날에도 단체 카톡에서 안부 주고받고 재미있는 얘기도 나누고 그랬다. 일단 그런 전체적인 합이 좋았다. 식구라는 개념이 있었고 그런 환경 속에서 정형돈의 케미가 폭발한 거다”고 전했다.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더 이상 정형돈을 볼 수 없다. 김성주와의 환상적인 케미도 그렇다. 정형돈이 프로그램에서 해줬던 역할이 컸고, 그만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과연 누가 정형돈의 빈자리를 채울지, 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울 수 있는 것이 가능한지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성희성 PD는 “새로운 MC가 정형돈을 롤모델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형돈 같은 사람도 없고”라며 “프로그램에서 정형돈이 했던 롤, 셰프들과 게스트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예능감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회 게스트가 바뀌는데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따뜻하고 친근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정형돈이 정말 좋았다. 정형돈이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다”며 “과거 정형돈이 한 FD의 신발이 낡은 걸 캐치하고 새 신발을 사서 선물해줬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토크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거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고 전했다.
‘냉장고를 부탁해’ 제작진은 그간 활약해준 스폐셜 MC 장동민, 허경환, 이수근, 안정환을 새 MC 후보로 포함해 정형돈 후임 MC를 찾고 있다. 과연 누가 정형돈의 뒤를 이어 김성주와 ‘냉장고를 부탁해’를 이끌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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