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김수현 작가가 오는 13일 SBS 새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로 안방 극장에 돌아온다. 이 '그래, 그런거야'는 김수현 작가의 컴백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만큼 김수현이라는 이름이 방송계에서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1970년대부터 현재 2016년에 이르기까지, 김수현 작가는 대한민국 드라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파격이다. 멜로물부터 가족드라마까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속에는 파격이 늘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시대의 고민을 담거나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담당하곤 했다.
◆ 욕망의 화신 그리고 복수
김수현 작가를 스타덤에 올렸던 1974년 MBC 일일드라마 '수선화'는 브라운관 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인공 지선 역의 故 김자옥은 당시 떠오르던 청춘 스타 현석, 이정길, 박근형 등을 차례로 거치며 그들에게 버림받고, 상처받고 배신당하는 비련의 여인을 안정적으로 연기해내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김수현 작가는 정애리와 원미경 주연의 '사랑과 진실', 욕망의 화신인 차화연의 '사랑과 야망', 남자에게 버림받은 뒤 복수를 꿈꾸는 여자의 절규를 그린 심은하의 '청춘의 덫' 등을 통해 파격 멜로를 계속해서 보여줬다. 특히 '청춘의 덫'의 심은하는 "부셔버릴거야"라는 대사를 유행어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 엄마 가출
2008년 큰 인기 속에 방송됐던 KBS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는 1991년에 발표한 '사랑이 뭐길래'에서 부부 사이였던 이순재와 김혜자가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50부작이었던 이 드라마는 큰 인기 속에 16회 연장을 결정, 총 66부작으로 종영이 됐는데 당시 40%가 넘는 시청률을 얻기도 했다. 드라마 속 엄마 한자(김혜자 분)는 결혼 40년 만에 해방을 선언하고 가출을 감행했다. 이 때문에 무책임하다는 목소리와 자존감을 찾아나서는 노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또한 이순재의 노년 로맨스, 장미희와 김용건의 갈등 등도 큰 인기를 모았는데, 김수현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가족간의 소통의 중요성을 전하는 동시에 주부 시청자들에게 무한한 대리만족을 안겨줬다.
◆ 동성애
김수현 작가의 파격은 2010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도 등장한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훈훈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연속극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재혼 가정의 화합과 사랑을 밝고 경쾌하게 그려내 25% 가까운 시청률을 얻어냈다.
이 드라마 속에는 동성애자 태섭(송창의 분)가 등장하는데, 그가 커밍아웃을 하면서 진정한 가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은 뭉클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게 했다. 김수현 작가는 이 동성애를 그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방편이 아닌, 이 시대에 우리가 꼭 고민해봐야 하는 화두로 제시를 했다.
그리고 그 근본 바탕에는 역시나 가족애가 존재했다. 가족들과 섞이지 못했던 태섭의 고백을 듣고는 "우리가 너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선언했던 양엄마 민재(김해숙 분)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시간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김수현 작가는 JTBC '무자식 상팔자'에서 미혼모,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결혼과 이혼, '천일의 약속'에서는 알츠하이머 등을 다루며 현실을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오는 13일 첫 방송되는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3대에 걸친 대가족 속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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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