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담이라는 작고 아담한 신인 여배우에게 매력을 느꼈던 건 지난해 방송된 온스타일 드라마 ‘처음이라서’를 보고서부터다. 누군가 그랬듯, 기자 역시 그리는 대로 표현되는 새하얀 도화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의 매력은 배역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인데 이는 배우에게는 엄청난 장점이다. 쌍꺼풀 없는 눈은 신선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은 순수함부터 섬뜩함까지 모두 담아낸다.
‘처음이라서’에서 김민재, 최민호와 러브라인 관계에 놓였던 박소담은 기존의 여배우들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자연스러움과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매력을 드러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며 풋풋한 20대의 로맨스에 불을 지핀 것이다.
같은 해 여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천 만 관객을 뛰어넘으면서 앳된 막내로 출연했던 박소담이 시선을 끌기 시작했고 열기가 드라마로도 쏠린 것이다. 이후 영화 ‘사도’에 잇달아 출연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렸다.
여러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며 연기력을 조금씩 보였던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연기 꽃을 피웠다.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던 충무로가 모처럼 보석 발견에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됐다는 말까지 들린다.
인기가 높아지면 흥행이 보장되는 영화나 대중이 접하기 쉬운 드라마를 선택할 수 있지만 박소담은 대학 시절의 열정을 되살려 연극으로 발길을 돌렸다. 무대 위에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박소담이 출연하는 ‘렛미인’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연출가 존 티파니의 연출로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소년 오스카와 그와 친구가 되는 수백 년을 산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그리고 일라이 옆에서 한평생 헌신한 하칸의 매혹적이며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무대 위 박소담의 연기 열정은 뜨거웠다. 사람의 피를 마시는 괴물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느끼는 뱀파이어를 섬세한 감정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박소담은 현재 극심한 몸살에 걸렸는데 링거 투혼을 펼치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몸이 고되더라도 식을 줄 모르는 연기 열정은 그의 존재를 과시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채워나갈 필모그래피가 궁금해진다. /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