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균상이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2% 부족하지만, 자꾸 정이 가는 무사 무휼로 안방극장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아직 수련이 부족한 까닭에 내공이 세진 않지만, 언제나 유아인 곁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시청자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안긴다. 냉철한 무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인간미가 있어 더욱 매력적인 무휼로 윤균상이 얼굴을 톡톡히 알리고 있다.
윤균상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무사와는 많이 다른 무휼을 연기한다. 이 드라마가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집필을 한 까닭에 연결고리가 상당히 많은데 무휼은 어찌보면 조진웅이 연기했던 무휼과 가장 다른 모습을 보인다.
조진웅의 무휼이 언제나 세종 역의 한석규를 지키던 카리스마 넘치는 무사였다면, 윤균상의 무휼은 다소 어리바리한 구석이 있기 때문. 다만 어린 무휼과 성장한 무휼 모두 주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내던질 수 있는 우직한 성품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어린 무휼을 연기하는 윤균상은 어떻게 보면 모자란 구석이 많다. 초반에는 여자만 보면 입에서 침이 떨어질 것 같이 정신을 못 차렸고, 어느 정도 진중하게 된 현재 역시 말투는 어린 구석이 역력하다. 다만 자신이 주군으로 삼은 이방원(유아인 분)을 지키기 위해서 죽을 각오도 내비치는 굳건한 의지는 ‘뿌리 깊은 나무’와 다를 바가 없다.
지난 1일 방송된 35회에서 척사광(한예리 분)과 칼을 맞대는 순간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는 무휼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스승 홍대홍(이준혁 분)에게 “척사광과 내가 싸우면 죽느냐? 나 죽을지도 모른다. 나 척사광 만났다. 도망 못 칠 것 같다. 그렇게 못한다”라고 결연한 의지를 피력하는 무휼의 비장한 표정은 그동안 우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던 2% 부족한 무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은 성장이 덜 이뤄졌기에 누구나 압도하는 무사는 아니지만, 따스하고 선한 성품이 느껴져서 더 매력적인 무휼인 것. 윤균상은 귀여운 구석이 많은 무휼을 언제나 감정의 변화가 심해 흔들리는 눈빛 연기와 덜 성숙된 어투로 생동감 있게 완성하고 있다. 작품을 위해 살을 찌운 윤균상은 이 드라마를 통해 젊은 시청자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한편 36회는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피의 선죽교가 그려질 전망. 정몽주(김의성 분)를 죽이고 새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 이방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여기서 무휼과 이방지(변요한 분)가 정몽주를 지켜야 하는 척사광을 어떻게 따돌릴지가 또 하나의 관전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