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름 만으로 신뢰를 주는 배우 '라미란'. 더욱이 지금보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배우로 손꼽히는 그다.
라미란은 지난해 단 2개의 케이블 드라마로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했다. 상반기 방영된 tvN '막돼먹은 영애씨14'에서는 "넣어둬"를 연발하는 라과장, '응답하라 1988'에서는 웃음과 감동을 오가던 '치타 여사'였다. 두 작품 모두 실제 이름과 같은 '라미란' 역할이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특히 더욱 두터워진 연령대의 지지를 받게 해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라미란의 말마따나 '인생작'이 되기에 충분했다. 스스로는 애드리브도 없이 "그저 대본에 충실하다"고 겸손해했지만, '응팔' 여권 에피소드에서 '미안하듯 멋쩍은 웃음'이라고 적힌 지문을 모두의 눈물을 쏙 뽑아낸 명장면으로 탄생시킨 건 8할이 라미란의 힘이다.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역할에 끝없이 갈증을 느끼는 모습은, 영락없이 천생 배우다. 해보지 않은 역할, 해보지 않은 '멜로'가 고프다는 이야기. "항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선남선녀가 하는 그런 멜로가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멜로였으면 한다.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그런 멜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비슷한 역할로 출연이 잦다', '이미지가 소진된다'는 지적들에 대해서 "일하는 시간보다 쉬는 기간이 많았던 때를 떠올리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질리면 어쩌지' 라는 고민이 있지만, '일을 안 하면 배우가 아니다'는 생각이 그것보다 더 크다. 최대한 겹치지 않게, 질리지 않게, 다른 작품에선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게 연구하겠다. '쉬고 싶다'는 건 내게는 건방진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라미란.
이미 '국제시장'으로 천만배우의 반열에 오르고, 최근 개봉한 '히말라야'도 만족할 수준까지 흥행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한 라미란. 이제까지 쌓아온 그의 내공이, 다음, 또 다음 작품을 만나 더욱 더 만개하길 기대해본다. / gato@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