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밟게 됐다. 노미네이트가 된 것은 아니지만 시상자로서 시상식을 참석할 예정. 이것만으로도 충무로에는 자랑거리가 하나 생기게 됐다.
이병헌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측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2차 시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르게 됐다.
말 그대로 한국 배우가 오스카 시상식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 영화 '지.아이.조'를 비롯해 '레드2', '터미네이터5', 그리고 개봉을 앞둔 '미스 컨덕트', '황야의 7인' 리메이크 등 할리우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공을 인정받아 시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이번 이병헌의 아카데미 참석이 유독 의미 깊은 것은 그가 협박 논란 이후 '내부자들'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그 뒤 바로 오스카 참석이 결정됐다는 점 때문이다.
이병헌은 협박 사건 그리고 뒤이어 개봉한 영화 '협녀:칼의 기억'의 흥행 실패로 주춤,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하지만 '내부자들'의 흥행 성공과 함께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은 모양새.
극 중 정치 깡패 안상구 역을 맡은 그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신들린 듯한 연기력 등으로 '내부자들' 흥행에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상승세를 타게 됐다. '내부자들' 이후 영화 '마스터', '싱글라이더' 등 다양한 작품들 캐스팅에 이름을 올린 것도 그 일환.
와중에 발표된 오스카 시상자 참석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 배우들 중 할리우드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오스카 참석이라는 영광스러운 기회까지 얻어내며 앞으로 승승장구를 더욱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병헌의 참석이 또 하나 의미 깊은 건, 백인 잔치 논란 속 발표된 동양인의 참석 때문이다. 물론 주요 부문 후보에 흑인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논란의 중심에 설만 하나 이를 시상자 명단에 다양한 인종이 포함돼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오스카 시상식은 후보 발표 이후 '백인 잔치'라며 거센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단 한 명의 흑인 배우도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온라인상에선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오스카 측은 결국 공식 사과, 심지어 시스템까지 바꾸는 결단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했던지 시상자 명단은 다양한 인종들로 꾸려져있다. 우피 골드버그를 비롯해 케리 워싱턴 등 흑인 배우들은 물론, 발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인도 배우 프리얀카 초프라도 시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때문에 이번 이병헌의 참석은 여러모로 의미 깊다. 배우 본인에게도, 그리고 아카데미의 다양성이라는 의미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될 전망이다.
한편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8일 개최된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