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청춘 스타들의 인큐베이터다. 과거 '논스톱' 같은 청춘 시트콤이 했던 역할을 이젠, 이 드라마가 다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올해 초까지 큰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 1988' 역시 많은 라이징 스타들을 배출했다. 주인공이었던 걸스데이 혜리부터, '어남류' 류준열, 꽃미남 박보검까지 '응답하라 1988' 출신 배우들은 충무로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스타들로 성장했다.
'응답하라 1988'를 통해 성장한 젊은 배우들은 대부분 드라마 출연 이전에 영화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화 '족구왕'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알렸던 안재홍부터 독립영화계의 공효진이라는 류혜영, 메이저 영화와 드라마 등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해왔던 김선영을 비롯해 남자주인공이었던 박보검과 류준열도 데뷔작은 영화였다. 사실상 이들을 처음 발굴한 곳이 충무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박보검은 배우 김하늘, 유승호와 함께 한 영화 '블라인드'(2011)로 데뷔해 '차형사', '끝까지 간다' 등에 출연했다.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을 알리게 한 작품은 '명량'. '명량'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은 후 그는 '차이나타운'에 출연해 존재감을 발휘했다.
류준열의 필모그래피 역시 영화의 비중이 크다. 2014년에 데뷔를 한 신인이라 작품수가 적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응답하라 1988'이 최초 출연작이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영화 '소셜포비아'(2014). '소셜포비아'에서 주인공을 꿰찬 그는 지금의 '정팔이' 캐릭터와는 180도 다른 양게라는 인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류혜영과 안재홍 역시 본래 충무로의 라이징 스타였다. 독립영화계에서 뼈가 굵은 류혜영은 영화 '잉투기'와 '나의 독재자', '그놈이다'로 얼굴을 알린 후 '응답하라 1988'에 캐스팅 됐다. 안재홍은 '1999, 면회', '족구왕', '레드카펫' 등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포스트 송강호'라는 얻었고, 역시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라는 특별한 캐릭터를 꿰찼다.
충무로가 이 라이징 스타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해도, 이 배우들의 커리어에서 '응답하라 1988'이 해준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 배우들을 대중적인 스타의 자리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본래 '응답하라' 시리즈는 유명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높은 배우, 배역에 어울리는 이들을 캐스팅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응답하라 1997' 때에는 캐스팅이 어려워 서인국, 정은지가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하나, '응답하라 1994' 때는 정우, 유연석, 손호준, 김성균 등이 조연에서 주연으로 성장했다. 고아라 역시 배우로서 재발견 됐고,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쯤되면 충무로와 '응답하라' 시리즈는 라이징 스타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충무로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면,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를 키우고, 다시 이 배우들은 충무로로 돌아가 존재감 있는 배우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간다. 현재 류준열과 안재홍은 영화를 차기작으로 결정했고, 나머지 배우들도 충무로 캐스팅 보드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을 봐도 이는 어느 정도 맞는 얘기다.
앞서 영화계 한 관계자는 OSEN에 "'응팔'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이미 다른 작품을 통해 연기력이 보증된 배우들이었다. 캐릭터 있는 역할들을 잘 소화했던 배우들이라 '응팔'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얻으면서 섭외 1순위로 떠오른 것이 사실"이라며 "영화계로서는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분들은 많은데 쉽게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배우들일 수록 그런 경우가 많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응팔'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스크린 중심에 서게 돼 영화계에선 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스타들이 배출되는 것은 늘 반길만한 일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충무로의 의도치 않은 협업이 연예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eujenej@osen.co.kr
[사진] tv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