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에서는 스크린에 강동원이 비치면 자연스레 웃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데뷔 이래 이렇게까지 제대로 망가진 강동원이라니. 제대로 내려놓은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코믹한 명장면 세 개를 꼽아봤다.
◇하나, 영혼을 불태운 막춤
‘검사외전’에서 강동원의 코믹 명장면뿐 아니라 영화를 통틀어 가장 웃긴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선거 운동신을 꼽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치원(강동원 분)은 종길(이성민 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서울대학생으로 위장, 선거 운동에 가담한다. 보통 선거 운동이라고 하면 가벼운 율동을 생각하기 마련. 치원은 종길의 눈에 띄기 위해 아주머니들과 부비부비 춤을 추는가하면 셔플 댄스로 현란한 댄스 실력을 보인다. 시나리오상에서는 이 정도까지의 막춤은 없었는데, 현장에서 더 웃기고자 하는 마음에 제대로 막춤을 선보이게 됐다고. 그렇다면 그 결정은 신의 한 수로 남을 것이다.
◇둘, 펜실베이니아식(?) 영어 구사하는 면회신
치원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으로 위장해 돈 많은 집 딸인 하나(신소율 역)에게 접근한다. 결혼해 그녀가 상속받을 재산을 갖는 것이 목표. 하지만 치원의 현실은 전과 9범 사기꾼이다. 하나의 오빠가 치원의 말투를 듣고 경상도 사투리가 느껴진다고 했지만 순진한 하나는 “펜실베이니아 영어가 경상도 사투리랑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는 치원의 말을 믿는다. 그렇게 탄생한 펜실베이니아식(?) 영어는 다시 감옥에 갇힌 치원과 하나의 면회신에서 폭발한다. 치원은 하나에게 순진한 유학생을 연기하기 위해 “후 아 유” 등 중학생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뻔뻔함이 곁들여진 영어 대사는 나오는 족족 빵빵 터지는 요인이 된다.
◇셋, 발연기를 연기하는 법정신
배우가 발연기를 연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까. 치원은 증인으로 나선 법정에서 분명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거짓을 말하는 것 같은 증언을 펼친다. 그의 행동은 모두 사실에 기반한 팩트이지만, 철저히 재욱(황정민 분)이 짜놓은 판대로 움직인 것. 즉 사실이지만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거짓은 아니니 법에 위반된 것은 또 아니다. 치원은 사기꾼 전공을 살려 맛깔나게 증언을 펼쳤는데, 특히 그의 선량해 보이는 눈이 포인트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강동원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제대로 영화에서 오락의 기능을 하는 캐릭터라 하겠다.
이처럼 강동원이 제대로 코믹 연기를 펼친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로 3일 개봉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검사외전'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