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은 오늘도 소처럼 일한다. 마치 일에 미친 사람처럼, 영화건 공연이건 종횡무진 저돌적으로 달린다. 쉴 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다는 건 배우에겐 미덕이다. 특히 황정민의 '열일' 행보는 자신을 스타가 아닌, 배우라는 직업인으로 여기기에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자신이 가진 위치나 입지를 따지며 머리를 쓰기 보다, 그저 연기가 좋아서 소신껏 마음을 따라 일하는 순수함. 황정민의 행보에서 엿볼 수 있는 성격이다.
황정민과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 '검사외전'(이일형 감독)이 오늘(3일) 개봉한다. 지난해 12월 초 개봉한 '히말라야'(이석훈 감독)가 아직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있는데도, 그의 영화가 또 한 번 개봉한다는 점이 놀랍다.
황정민은 지난해 3천만 배우에 이름을 올렸다. 천만 영화였던 '국제시장'과 '베테랑', '히말라야'의 스코어를 합친 수치다. 이는 누구도 쉽게 만들지 못할 기록이다. 주연 배우의 경우, 1년에 한, 두 편을 하는 것도 많은데 황정민은 지난해 세 편을 내놨다. ('국제시장'이 2014년 말에 개봉하긴 했지만, 사실상 2015년을 노린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지난해 작품으로 친다.)
사실 황정민은 늘 그래왔다. 영화 '달콤한 인생'(2004)에서 주목을 받고 '너는 내 운명'(2005)으로 인기 배우의 궤도에 올라 선 무렵부터 2008년, 2012년을 제외하고는 한 해에 적어도 두, 세 편의 영화를 꼭 선보여 왔다. 2008년과 2012년의 경우도 앞, 뒤로 빡빡한 개봉 일정이 있었던 만큼 영화만 개봉이 되지 않았다 뿐이지 계속해 일을 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단연 탁월한 연기력이다.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냈다. 형사에 건달, 시골 총각, 시장 후보, 산악대장까지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표현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을 공통점은 인간미다. 어떤 인물을 표현하든 황정민의 인물들은 각기 자신만의 연약함을 갖고 있고,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느끼게 한다. '신세계' 정청의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황정민은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탁월하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는 자신이 표현하는 인물의 감정을 표정이나 행동으로 디테일 하게 전달하고, 이것이 관객들의 몰입을 높인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그를 찾는 영화가 많아진다.
황정민은 마치 충무로의 쉬지 않는 엔진 같다. 정상에 오르고 나서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며 이 판의 중심을 잡고 있다. 연기력이나 흥행 성적, 인기로 따져도 이제는 국민 배우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어느새, 가장 중요한 위치에 선 그는 흔들림 없이 열심히 일을 해왔고, 바야흐로 전성기 중의 전성기, 정점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는 끝날 때까지 끝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검사외전'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