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연애하고 싶다.’
편의점 가판대에 놓인 초콜릿을 보고서야 ‘그 날’이 왔음을 실감한 이라면 이런 감정이 들지 않을까. 하물며 옆구리가 따뜻한 커플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는 배우 유아인, 이미연, 김주혁, 최지우, 강하늘, 이솜 주연의 영화 ‘좋아해줘’(감독 박현진)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좋아해줘’는 SNS를 통해 연애를 시작하는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친구신청 하나에 망설이고, SNS에 올리는 사진과 글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전화보다는 SNS 메시지로 사랑을 속삭이는 지금 세대의 연애상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한류스타와 스타작가의 로맨스, 피치 못할 사연으로 한 집에 살게 된 동거로맨스, 귀가 들리지 않는 천재 작곡가에게 찾아온 첫사랑 로맨스까지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답게 판타지 요소가 들어갔지만, SNS라는 보편적이고 트렌디한 소재를 사용해 공감대를 높였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 영화는 커플에 따라 ‘로맨스’, ‘코미디’, ‘감동’을 모두 전한다. 이중 전 세계 소녀팬들의 마음을 훔친 한류스타 노진우(유아인 분)와 작가 조경아(이미연 분)의 로맨스는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유아인은 실제로도 스타인지라 그가 관심이 가는 이성의 SNS를 염탐하는 모습은 신선함을 자아낸다.
특히 “한류스타가 민간인에게 친구신청을 해야 돼?”, “작가도 공인이지, 준연예인이지”라는 고뇌하다 경아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모습은 이 커플의 관계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진을 올리자마자 무섭게 ‘좋아요’ 수가 올라가는 진우의 SNS에서 경아를 재회한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웃음은 김주혁과 최지우 커플이 확실하게 책임진다.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을 만큼 두 커플의 이야기는 선 코미디 후 로맨스의 길을 가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로 인연을 맺은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 분)과 셰프 정선찬(김주혁 분)은 피치 못할 사연으로 한 집에 살게 된다.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는 사이로, 선찬이 주란의 연애를 도와주다 주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이 커플의 SNS 활용법은 주란의 SNS에서 이뤄진다. 주란의 사랑을 도와주기 위해 선찬은 미술관, 산 정상, 카페 등에 함께 다니며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어준다. 남들이 보면 이미 데이트 코스를 밟아가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당사자들은 모르는 게 함정. 주란의 사랑이 성사될수록 선찬은 씁쓸해져 간다. 서서히 물드는 과정이 귀엽고 유쾌한 커플이다.
감동 코드를 머금은 커플도 있다. 강하늘과 이솜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귀가 들리지 않는 천재 작곡가 이수호(강하늘 분)의 풋풋한 첫사랑 성공기이기도 하다.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수호는 초짜 드라마 PD 장나연(이솜 분)을 만나 연애를 배워간다.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사랑 앞에서 장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커플이다. 구화(입술 모양으로 뜻을 알아냄)를 통해 소통하는 수호에게는 SNS와 영상통화가 중요한 매개체다. 연애 고수 나연이 SNS를 통해 수호와 썸 타는 장면은 팁이 될 듯싶다.
세 커플이 전부 분리된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나연과 수호는 선찬의 가게를 찾는 손님으로 서로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나연은 경아와 드라마 작업을 함께 하는 동료다. 이처럼 세 가지 색의 로맨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좋아해줘’는 2016년 한국판 ‘러브액츄얼리’로 극장가를 훈훈하게 달궈줄 전망이다. 오는 18일 개봉. / besodam@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좋아해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