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드라마에도 악역은 있다. 주인공이 살려면 악역은 더 악랄할수록, 더 비열할수록 좋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정과 유오성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객주’를 살리는 건 욕 먹으면서 할 짓 다하는 김민정과 유오성일지도 모른다.
KBS 수목극 ‘장사의 신-객주 2015’는 여리꾼 봉삼(장혁)이 거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봉삼이 거상이 되는 과정에서 두 여자를 만나게 되고, 이로 인해 봉삼의 인생은 고달파진다.
특히 봉삼을 운명의 상대로 믿고 있는 개똥(김민정)은 봉삼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결국 봉삼의 부인 소사(한채아)마저 죽이는 악행을 저지른다. 소개(유오성) 역시 봉삼에 대한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인물로, 봉삼의 최대 장애물이다.
3일 방송에서는 결국 소개가 최후를 눈 앞에 두게 되는 상황이 그려졌다. 소개는 권력에 붙어 대행수 자리까지 얻어내지만, 선혜청 쌀을 빼돌려 군졸들의 살생부에 오른다. 이날 훈련도감 군졸들은 녹봉에 모래가 반이나 섞인 사실에 분노해 반란을 일으켰고, 그 주동자를 잡아 처참하게 죽이는 모습을 보였다. 소개는 도망다니다 결국 잡혔지만, 봉삼에게 넘겨진다. 소개가 보부상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 보부상은 보부상들이 자신들의 규율에 따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이날 죽음을 눈 앞에 둔 소개는 개똥을 협박하며 살려달라고 했다. 소사를 죽인 사실을 봉삼에게 폭로하겠다고 한 것. 개똥은 봉삼에게 부탁했다가 안된다고 하자 이내 체념했다. 개똥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소개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무녀가 된 뒤 봉삼을 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개똥. 봉삼을 위험에서 몇 번 살리기도 했지만, 그녀가 해온 악행들은 어마무시했다. 방울(양정아)과 소사를 죽였고, 그 외에도 자신의 목표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에게는 방해공작을 펴왔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고구마였던 셈.
하지만 개똥이 있었기에 드라마가 더 풍성해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의 주요 사건은 개똥과 소개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만든 장애물을 봉삼이 하나씩 해결해나는 과정이 드라마의 큰 줄기가 됐다. ‘하드캐리’한 소개와 개똥. 마지막까지 선전하시길 기대한다. / bonbon@osen.co.kr
[사진] ‘장사의 신-객주 2015’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