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 배우 심은경이 연기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다.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돌게 된 셈. 영화 '널 기다리며'로 생애 첫 스릴러물에 도전한 그다. 앞서 펼쳤던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 속 설내일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영화 '널 기다리며(제작 영화사 수작 배급 NEW)'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여주인공 희주 역의 심은경, 대영 역의 윤제문, 기범 역의 김성오, 여기에 각본과 연출을 맡은 모홍진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 추적을 그린 스릴러 작품이다. 심은경, 윤제문, 김성오가 내뿜는 연기 아우라는 티저 예고편만 봐도 대단하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 심은경 역시 절대 기죽지 않는다. 각종 드라마에서 탄탄한 아역 활동을 거쳐 영화 '써니', '광해, 왕이 된 남자', '수상한 그녀'로 당당히 주연을 꿰찬 만큼 '널 기다리며'의 희주 역 역시 거창한 타이틀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2014년 그는 뜻하지 않게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한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다. 캐스팅에서부터 원작 팬들의 열정적인 관심은 컸지만 최종 선택이 심은경이라 그나마 양호했다. 설내일로 분한 그는 원작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심은경의 연기를 두고 팬들 사이 설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노다메 특유의 4차원 매력을 심은경이 과하게 표현한다는 지적이었다. 원작에 대한 로망이 너무 큰 것이라며 심은경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어쨌든 뜻하지 않은 잡음이 일어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심은경 이름 앞에 '연기력 논란'이 금세 떨어진 건 역시나 그의 연기력 덕분이다. 선배 연기자들과 감독들, 스태프들 모두 심은경의 연기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특히나 이번 '널 기다리며'에서는 아역과 코믹한 이미지를 싹 지우고 액션 스릴러는 물론 감성 연기까지 훌륭하게 소화했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선 희주 역이 남자 캐릭터였는데 모홍진 감독은 심은경이라는 배우 하나만 보고 주인공의 성별을 바꿨다. 그는 "남자였을 땐 격한 액션이 재밌겠지만 심은경이라는 배우가 이 시나리오를 소화해 준다면 매력적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른 스릴러와 다를 것 같더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심은경과 첫 호흡을 맞춘 윤제문-김성오도 심은경의 열정을 치켜세웠다. 윤제문은 "심은경과 첫 작품인데 굉장히 진지하더라. 연기에서는 집중력이 장난 아니다. 영광이다"며 활짝 웃었다. 김성오 역시 "심은경이 촬영에 임하는 자세나 집중력이 심도 깊다"고 크게 칭찬했다.
김성오의 소름돋는 살인범 연기 때문에 심은경은 작품에 200% 몰두했다. 목을 조르는 신에선 실제로 김성오가 기절할 정도로 살인범에 대한 심은경의 분노는 리얼했다. 심은경 스스로 희주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몰입이었다.
스물 셋에 연기 인생 중대한 지점에 다다른 심은경. 다음 달 3일, 다시 한번 그의 연기에 빠져들 때다. /comet568@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