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는 어느 틈엔가 안방극장으로 스며든 스테디셀러다.
미니드라마나 사극처럼 특별한 장르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설정과 전개를 가진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문패를 달아줬고 즐기면서 보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막장드라마란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도, 벌어지기도 힘든 자극적인 상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드라마를 말한다. 네이버 오픈사전에는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 무리한 상황 설정, 자극적인 장면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를 총칭하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황당하기보다는 웃음부터나곤 한다. 이른바 스타 작가로 이름난 임성한, 문영남, 김순옥 등이 소위 막장 작가로 불린다. ‘아내의 유혹’ ‘오로라 공주’ ‘신기생뎐’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내 딸 금사월’ ‘왔다 장보리’ 등이 막장드라마의 춘추전국 시대를 주도한 이들의 화제작이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드라마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뻔하고도 극단적 상황 설정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킴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욕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상황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매일 혹은 매주 새롭게 등장하는 황당한 설정을 따라가며 바로바로 소비하는 것이 막장드라마 감상의 핵심인 것이다.
막장극의 인물은 성악설을 추구한다. 날 때부터 못된 성격에, 자신의 목적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관계없이 방해한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을 보면 오혜상은 조건이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되기 위해 친부모의 죽음까지 방관했다. 막말과 못된 짓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드라마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기주의, 양극화, 보육료 문제, 정치 갈등 등 요즘 세상이 팍팍해서 그러는 걸까. 드라마도 막가는 세상을 반영한 듯 막 나가는 것이다.
한국드라마협회 사무국장은 OSEN에 “막장의 기준은 없다. 보통의 상식적인 범위를 넘어서냐 아니냐인데 그것도 주관적”이라며 “상식을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 있다. 납득이 가진 않지만 욕을 하면서 그 순간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다.
이어 막장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극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다음이 궁금할 것이다. 일반적인 드라마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전개인데 쉽게 예상할 수 없어서 보시는 것 같다”며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좋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시청률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작가들도 스트레스가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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