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너무 많이 죽었다. 비교적 일찍 죽은 박은혜를 비롯해 김명수, 양정아, 한채아, 이덕화, 임호 등 죽을 것 같지 않았던 인물들까지 죽어나갔다. 주인공이었던 한채아마저 어이없이 뱀에 물려 죽었다. 그리고 또 어제 유오성, 김규철이 장사를 치뤘다. 이 정도면 작가의 ‘데쓰노트’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KBS 수목극 ‘장사의 신-객주 2015’는 여리꾼 천봉삼(장혁)이 대행수가 되는 과정을 담은 성장드라마다. 봉삼은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장사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며 결국 보부상 대표 자리까지 오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복수를 하려는 소개(유오성)라는 인물에 의해 시련을 당하고, 자신을 운명의 남자로 생각하는 개똥(김민정)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마저 잊는 아픔을 겪는다. 4일 방송에서는 친구 선돌(정태우)과의 우정까지 잃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소개는 그렇게 원하는 대행수의 자리에 오르지만, 훈련도감 군졸들의 반란으로 죽음에 직면한다. 선혜청 쌀을 빼돌려 군졸들의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것. 봉삼은 소개가 보부상 출신이라는 이유로 보부상의 율법에 따라 처단하고, 이날 소개는 양잿물을 마시고 죽음을 맞았다.
이후 영익(안재모)은 봉삼을 자신의 수하로 삼으려 하지만, 봉삼은 보부상들이 정치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영익은 선돌이 양반 출신이었다는 것을 알아내 선돌을 자신의 편에 끌어들인다. 결국 이 문제로 봉삼과 선돌은 처음으로 대립하고, 선돌은 천주학을 핍박해 자신의 가문을 망하게 한 대원군에 대한 앙심으로 영익과 손을 잡는다. 이날 보현(김규철) 역시 도망을 치다 훈련도감 군졸들에게 잡혀 죽음을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드라마 초반부터 주요 인물들이 죽어나갔던 ‘객주’. 소례(박은혜)는 고대하던 동생 봉삼과의 재회를 앞두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고, 소사(한채아) 역시 개똥의 질투에 희생당했다. 석주(이덕화)는 대행수 자리에서 물러난 뒤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고, 소개 역시 악행의 댓가로 죽음을 맞았다. ‘설마 저 사람까지 죽이겠어’ 싶었던 캐릭터들이 사라질 때마다 놀라움과 반전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매회가 장례식이다 보니 시청자들은 작가의 살생부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객주’ 최고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개똥, 봉삼을 배신한 선돌. 이들의 생사도 심히 걱정된다. 더 이상의 죽음은 없기를 기대해본다. / bonbon@osen.co.kr
[사진] ‘장사의 신-객주 2015’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