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 어떤 칭찬도 식상할 정도다.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는 남규만의 악행만큼 남궁민의 연기력과 존재감 역시 날로 탄탄해지고 있다.
남궁민은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 에서 일호그룹 후계자 남규만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이 남규만은 4년 전 발생한 서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진범이자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분노조절장애 통한다.
사실 이 남규만은 아무 이유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안하무인 재벌3세라는 캐릭터 설정 때문에 방송 전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와 많이 비교가 됐다. 하지만 남궁민은 회를 거릅할수록 조태오와는 또 다른 독보적인 악인 캐릭터를 완성해내며 연기력 극찬을 얻고 있다.
존재감 역시 일품. 전작이었던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를 통해 소름돋는 연기력을 뽐낸 그지만, 이번 남규만은 차원이 다르다는 평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수위 높은 악행과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뻔뻔함이 남궁민의 연기력을 만나니 '역대 최고'라는 반응이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들은 대체로 그 이유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공감과 이해를 얻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남규만의 악행엔 이유가 없다. 그저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하는 갑질 본성과 악행, 쾌락을 즐기는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응징을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도 그 어떤 부끄러움이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남규만의 이 같은 만행은 지난 15, 16회 방송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동생 여경(정혜성 분)에게 "내가 죽였다"라며 살인 고백을 하는 장면이나 수감이 되어서도 갑질을 일삼는 모습이 이에 해당된다. 또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충고와 설득을 하는 친구이자 판사 석규(김진우 분)에게 "자수하면 죽었던 그 년이 살아서 돌아오냐"며 폭언을 해댔다.
"법이고 뭐고 확 다 쓸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 진우(유승호 분)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며 컵을 집어던져 버리고는 "놀랬지?"라며 웃다가 이내 표정을 싹 바꿔버리는 모습은 소름 그 자체였다. 남궁민의 탁월한 연기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며, 악행에 맛들린 남규만이 이제는 제대로 죄값을 치르길 더욱 간질히 바라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서진우와 남규만은 서로를 죽이겠다며 목숨 건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서진우는 이런 남규만을 기어코 법정에 세우고는 차곡차곡 쌓아온 증거를 제시, 그를 압박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복수의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하지만 남규만의 뒤에는 남일호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박동호(박성웅 분)가 살인미수 누명을 쓰고 체포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제 종영까지는 단 4회만을 남겨 놓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이 바라는 속 시원한 '사이다급 전개'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끝까지 맞붙을 서진우와 남규만, 그리고 박동호의 짜릿한 전쟁에 기대가 쏠린다. /parkjy@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