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승자는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설 대목을 앞둔 극장가를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흥행의 척도가 아닌 영화의 작품성과 관객들의 만족도, 제약을 뛰어넘은 성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승자는 '캐롤'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캐롤'은 개봉일이었던 지난 4일 전국 1만 3,124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절대적인 관객수는 적지만 이날 스크린 수가 1위 '검사외전'(1416개), 2위 '쿵푸팬더3'(853개)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인 153개이고, 와이드 릴리즈도 아님에도 쟁쟁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국내 화제작들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섰다는 게 의미있다.
실제로 '캐롤'은 현재 SNS에서 가장 핫한 영화라고 불리는 만큼,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상황. 지난 2014년 개봉해 추석 연휴 흥행 신화를 이룬 할리우드 영화 '비긴 어게인'과 같은 그림을 그려낼 가능성도 크다. 물론 '캐롤'은 '비긴 어게인'보다 전 대중취향적이진 않지만 말이다.
토드 헤인즈가 메가폰을 잡은 '캐롤'은 1950년대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운명같은 사랑을 그러냈다.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는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속에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클레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 '소금의 값'을 원작으로, 미국 정신의학협회가 아직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분류하던 시기인 1950년대 여성 동성애를 그린 이 영화가 국내 시네필을 넘어 일반 관객들에게도 응답받고 있다는 사실이 일면 흥미롭다. '벨벳 골드마인'의 감독 토드 헤인즈는 이미 2002년에 영화 '파 프롬 헤븐'으로 동성애를 영화로 그려낸 바 있다. 영화는 동성애를 넘어 인류보편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6개 부문 노미네이트됐으며 2015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루니 마라) 수상작이다. / nyc@osen.co.kr
[사진] '캐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