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설이 그렇게 싫다고 싫다고 하는데도 자꾸 눈앞에 나타나 귀찮게 한다. 홍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까지 하고는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보고 있으면 분노가 솟구치게 하는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발암캐릭터 오영곤이다.
오영곤을 보고 한 번도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만큼 오영곤은 매회 시청자들의 분노와 짜증을 유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상철, 손민수와 함께 ‘연민정 이후 역대급 발암캐릭터’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연기자로서는 성공적인 반응이다. 순간순간 주먹을 부르게 할 만큼 차지게 오영곤을 연기해준 주인공이 바로 배우 지윤호다.
“오영곤이 가장 발암캐릭터죠. 발암캐릭터 중의 1등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기하면 시청자들에게 50% 전달할 거 70%를 전달할 거라고 생각했고 발암의 되고자 최선을 다 했어요. 네티즌들이 오영곤에 대해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면 너무 좋아요. 오영곤을 연기할 때 멋있게 보이려고 하거나 잘 생겨 보이려고 한다면 그건 연기가 아니라 화보 모델밖에 안 되는 것 같아서 확실히 오영곤이라는 캐릭터가 추구하는 목표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목표는 욕을 먹는 거였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좋아요. 시청자분들이 화를 더 분출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연민정 캐릭터와 비교해주시니 감사해요. 이유리 선배님은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비교해주시는 게 감사하죠.”
요즘 지윤호 관련 댓글들을 보면 온통 분노하는 반응들로 가득하다. ‘치인트’ 방송 후에는 ‘오영곤 한 대 때리고 싶다’, ‘오영곤 정말 무섭다’, ‘너무 열 받는다’ 등의 반응들이 쏟아진다.
‘치인트’에서는 시청자들의 짜증을 무한 자극하지만 막상 만나본 지윤호는 오영곤과는 정반대였다. 이렇게 귀엽고 순할 수가 없다. ‘치인트’ 속 오영곤과는 달리 머리를 올리니 인물까지 훤하다.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가 있지만 얘기해보니 훈훈한 청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납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렸을 적에 날카롭고 세게 보인다고 들었던 게 스트레스를 받았나 봐요. 그래서 유하게 살려고 했어요. 첫인상이 무뚝뚝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 어리바리하고 생긴 것과는 성격이 정반대예요. 항상 2% 부족하고 백치미도 있고 내성적이기도 하고 허세도 없어요.(웃음) 그리고 먼저 다가가는 성격은 못되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오영곤은 그의 성격과 다른 면이 많다. 모든 여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자아도취형 인간이다.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대는 게 생활이며 싫다는 상대방의 얘기는 뇌를 거치지 않은 채 한 귀로 흘려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윤호는 오영곤과 전혀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지점을 찾아내 연기에 반영했다.
“오영곤 캐릭터에 저의 모습이 포함돼있긴 해요. 제가 오영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스토커적인 것을 제외하고 제 안의 지질함을 극대화 시켰어요. 사람들이 저마다 어느 정도 지질한 모습이 있긴 한데 저도 제 안에 있는 지질함을 끄집어내서 극대화해 연기했죠.”
지윤호는 물론 ‘치인트’ 원작 웹툰을 통해 오영곤을 접했다. 그때의 지윤호는 지금의 시청자들과 마찬가지의 감정이었다. 하지만 오영곤을 연기해야 하는 지윤호의 입장에서는 오영곤을 이해하려고 했다. 쉽지는 않았겠지만 지윤호는 오영곤을 이해했고 결국 만화책에서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과 연기로 오영곤 캐릭터를 완성했다.
“웹툰에서 오영곤을 봤을 때 화가 나고 때리고 싶은 감정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을 이해해야 하니까, 그래야 연기할 수 있으니까 오영곤의 행동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표현방식이 다른 거고 자신의 감정이 먼저인 사람이라는 걸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어요.”
지윤호는 오영곤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이윤정 감독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윤정 감독을 ‘은인’이라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로 지윤호에게 고마운 존재다.
“(이윤정) 감독님은 열어두는 스타일이세요. 저한테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어떻게 연기하면 좋겠냐’라고 물어봐 주셨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해주셨어요. 제가 오버하면 줄여주시고 부족하면 더해주시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연기할 때 현장을 편하게 만들어주시고 정말 좋은 분이세요. 앞으로 이런 감독님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이 정도로 현장에 녹아들지 못했어요. 데뷔한 지 6년이 됐는데 잘 안 돼서 힘들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캐스팅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의 은인이에요. 감사하다는 말이 모자를 정도로 감사해요. 제가 좀 더 잘 돼서 감독님한테 도움이 드릴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감독님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어요.”
지윤호는 신인 배우인 듯 하지만 사실 데뷔한 지 6년 된 배우다. 2011년 MBN 드라마 ‘갈수록 기세등등’으로 데뷔해 ‘신의’, ‘고교처세왕’ 등에 출연했다.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치인트’를 통해 ‘발암덩어리’라 불리며 시청자들로부터 서서히 관심을 받고 있다. 지윤호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 반응을 묻는 말을 들은 지윤호는 가장 먼저 부모님 얘기를 꺼내며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이 떠올리는 모습이 애잔했다.
“부모님이 좋아하세요. 데뷔한 지 6년 됐는데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죠.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이 빨리 성공했으면 좋았었겠지만 열심히 해도 뜻대로 안됐어요. 그나마 이번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아서 주위 사람들이 어머니한테 연락하고 너무 좋아요. 그동안 죄송했어요. 지금의 상황이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텐데 제 뜻대로 안됐고 많이 부족하기도 했어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누나하고 같이 사는데 누나도 많이 도움을 주고 너무 감사해요. 친구들도 기뻐해 주더라고요. ‘이제야 사람들이 입에 한 번은 오를 수 있구나’라면서 축하해줬어요. 놀릴 줄 알았는데 짠한가 봐요.”
지윤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치인트’를 통해 발암캐릭터 오영곤으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시청자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차진 연기를 선보인 것은 물론 잘 생긴 외모, 훈훈한 매력까지, 지윤호는 차근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단단하게 채우는 일만 남았다.
“운 좋게 운이 좋아서 오영곤 역할을 따냈지만 많은 배우가 오디션을 봤을 텐데 그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연기할 수밖에 없어요.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한테 예의인 것 같고 그들에게 연기로 인정받고 싶은 것도 있어요. 그리고 저는 연기하면서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이 배우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중에 주목받는 사람들은 몇 프로밖에 안 되고 연기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다른 작품, 또 재미있는 역할을 만나서 연기하고 그렇게 행복한 일을 만들어 가고 싶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많은 관심 받은 만큼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할 거예요.”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