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검의 실제 모습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속 택이와 어느 정도로 맞닿아 있을까. '응팔'에 빠져있던 많은 시청자가 공통으로 품었던 생각이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 평소에도 바른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잘 알려진 박보검이, 드라마 속 택이와 왠지 꼭 닮았을 것 같았기 때문에다.
박보검을 만나기 딱 하루 전날, 기자는 '꽃보다 청춘-나마비아' 편을 찍고 돌아왔던 나영석 PD를 우연히 만나 "아프라카에 함께 여행을 떠난 4명(류준열, 박보검, 안재홍, 고경표) 모두 드라마 속 캐릭터랑 똑같더라"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또한 신원호 PD 역시 과거 인터뷰를 통해 "작품 속 캐릭터에 꼭 맞는 인물을 찾는데 주력한다. 실제 모습과 작품 속 캐릭터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밝혔던 바. 예능 PD 출신이던 자신은 연기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니, 그저 이미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사람을 뽑을 뿐이라는 캐스팅 기준이었다.
물론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말을 굳이 듣지 않았더라도, 박보검을 직접 만나본 이들이라면 그가 얼마만큼 '응팔' 속 택이와 비슷한지를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보검은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의자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냥 택이 그 자체였다. 장난스러운 질문에는 눈이 토끼처럼 동그랗게 변해 '정말요?'를 연발했고, 밝게 웃으며 느릿느릿 "나는 정말 몰랐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이하 박보검과의 일문일답.
-종영한 소감이 좀 어떤가.
"아쉽다. 아쉬운 기분이다."
-'꽃청춘' 때문에 아프리카에 다녀오더니, 얼굴이 많이 탔다. 인터넷을 보니 '구운 계란같다'는 반응도 있던데.
"'구운 계란'은 처음 듣는다.(웃음) 팬카페에서 많이 봤는데, 고구마, 카페라떼 등이 있었다. 난 그 중에서 초코우유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응팔' 0회 방송에서, 몸에 안 좋다는 건 안하더라. 술도 거의 안 마신다 들었다.
"건강을 생각하는 것도 있고, 술을 워낙 못해서 안 마시는 것도 있다. 마시면 뾰루지가 많이 난다. 술을 안 마셔도 남들처럼 (술자리에서) 놀 수 있다."
-택이랑 실제 본인과 좀 비슷한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뭔가에 한 가지에 꽂혀서 집중하는 게 비슷하다. (택이처럼)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친구들과 있을 때는 밝기도 하고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택이는 바둑을 정말 잘 하는데, 난 그렇지 못하다. 드라마를 위해서 열심히 배웠다."
-축하한다.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 결말이 됐다.
"남편이 될 줄 몰랐다. 19~20회 대본이 나올때 알았다. (아쉬운 표정으로) 혜리 인터뷰를 봤더니, 나보다 먼저 알았다고 하더라. 처음 1회 방송을 다 같이 시청했다. 그때 현재 버전으로 이미연 선배님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르고 있었다. 1994년의 모습이 우리의 마지막으로 알고 있었다."
-진짜 몰랐나. 1회 방송을 같이 볼 때는 다들 남편이 누구라 추측했었나.
"정말 몰랐다. 촬영하면서도 대본이 많이 나와있지 않은 상태였다. 초반에는 남편이 누가 될지는 생각조차 안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애청했던 시청자로서 작품 합류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좋은 분들과 작품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영광이었다."
-'어남류', '어남택'은 들어봤나. 장외에서도 불꽃이 튀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정환(류준열)이가 남편인 줄 알았다. 시청자로서 응원했다. 정환이가 멋있었다. 정환을 연기하는 준열이 형에게 반한 것도 있다. 남자가 봐도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 남편이란 걸 알았나.
"정말 19~20회 대본이 나왔을 때다. 이상했다. 반전이 있을 줄 알았다. 끝까지 안 달라져서 신기하기도 했고, 이상하기도 했다. 나중에야 '아, 내가 남편이구나' 하고 실감했다."
-'뮤직뱅크' MC다.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인 혜리와의 연기가 남달랐을 것 같다.
"가수들과 친해질 시간이 없다. 대본 연습만 한다. 다른 대기실에 찾아가본 적이 없다. 나도 방송으로만 무대를 본다."
-혜리는 어땠나.
"덕선이처럼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멋있는 가수이자 연기자다. 여자로서? 덕선이가 극중에 내 와이프였다. 많은 매력이 있다."
-혜리와 키스신도 있었다. 혜리는 엄청 부끄러웠는데, 덤덤하게 했다고 하더라.
"나도 부끄러웠는데, 덤덤한 척 했다. 작품 속에서 키스신이 처음이었다. 인터뷰나 선배님들을 봤을 때, 남자가 잘해야 한다고 하더라. 떨렸지만, 덤덤한 척 했다. 끝나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키스신이 실제란 걸 알았었나? 꿈처럼 그려졌는데.
"나도 몰랐다. 다음날 우유를 마시며 덕선이에게 '언제 갔느냐'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찍고 그냥 꿈이라고만 생각했다. 나중에 방송에서 보니 덕선이가 말하고 난 뒤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을 추가로 촬영했더라."
-결과적으로는 남편이다. 축하한다. 주인공을 이겼다는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굳이 남편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없다. 처음 작품에 임했을때 '모두 다 주인공이다. 한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니깐 다 함께 '으샤으샤'하자고 해준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가족들도 '응답'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는데, 가문의 영광이다."
-'응팔' 포상으로 푸켓으로 떠났던 휴가는 좋았나.
"촬영할 때는 아무래도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 형들도, 선배님들도 같이 붙는 신이 적었다. 푸켓에서나마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서 좋았다. 같이 수영하고, 수상스포츠를 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납치가 됐다. 나영석 PD에.
"영광이었다. '꽃보다 청춘'이라니. 상상 속에서도 해보고 싶었던 리얼버라이어티다. 현실이 되어서 영광이었다. 형들이랑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방송 전에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 난 '뮤뱅'에서 퇴근하는 길에 잡혀갔다. 이후 상황은 방송을 보면 알 수 있을거다.(웃음)"
-그런데 정말 몰랐나. 소속사 대표님은 알았는데, 귀띔도 안 해줬나.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여권 문제도 푸켓에 다녀오느라 전혀 의심이 없었고, 상상도 못했다. 소속사 사람들을 못 믿게 되는 것 아니냐고?(주변에 앉은 스태프들을 보더니) 신뢰감을 전혀 잃지 않았다. 너무 행복하고 좋은 사람들이다.(웃음)"
-여행을 같이 가서 친해졌을 것 같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 비슷하던가.
"비슷하다. (류)준열이 형은 도도하고, 웃는게 예쁘다. 드라마에서는 웃는 게 많이 안 나왔는데, 굉장히 매력적이다. 남자가 봐도 매력적이다. 잘 챙겨줘서 배울 게 많은 형이다. 엄마, 아빠 같은 느낌이 난다. 재홍이 형도 비슷하다. 경표형은 친형 같았다. 신기했던 게 미란 엄마네와 선영 엄마네 두 집이 같이여행을 간 거였다."
-'응팔'이 너무 잘되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부담감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렇게 크진 않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다 보면, 그 노력에 따른 사랑을 받지 않을까. 지금처럼만 정직하게 일하다보면, 더 큰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켜봐달라." / gato@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