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동’, ‘멍뭉이’ 등 곽시양을 두고 부르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하지만 정작 배우 본인이 듣고 싶어 하는 애칭은 따로 있다고 한다. 바로 ‘상남자’. 최근 KBS 2TV 일일드라마 ‘다 잘 될 거야’를 마침과 동시에 서른을 맞은 곽시양은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굉장히 더운 날 시작해서 추운 날에 끝났는데, 그 사이 스태프와 배우들 팀워크도 좋았고 잘 맞아서 너무 감사했어요. 아무런 큰 사건 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고마웠죠. 팀워크가 유독 좋았어요. 항상 웃으면서 촬영 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었어요. 배우들 다 친하게 잘 지냈거든요.”
‘칠전팔기 구해라’, ‘오 나의 귀신님’, ‘다 잘될 거야’를 통해 지난해 유독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였던 곽시양은 2015 KBS 연기대상을 통해 그동안의 노력과 시간들을 보상 받았다. 데뷔 1년여 만에 남자 우수 연기상이라는 결실을 거머쥔 것.
“부끄러워요. 되게 긴장도 많이 했고 얼떨떨했어요. 제가 쟁쟁한 분들하고 호명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혹시 몰라서 수상소감을 준비하긴 했었지만(웃음). 후보 분들 보는데 너무 쟁쟁해서 ‘못 받겠구나’ 했는데 신인한테 이렇게 큰 상 주셔서 감사하죠. 앞으로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느 작품에서든 눈에 띄는 존재감과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 덕분인지 그를 ‘중고 신인’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곽시양은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야간비행’을 통해 데뷔한 3년차 신인이다.
“군대 안에 있을 때 우연치 않게 드라마를 봤는데, 그 안에서 캐릭터가 너무나도 재밌어서 저런 거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아볼 수 있고 표현하는 게 재밌다고 느꼈거든요.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는 느낌? 그때 본 게 ‘최고의 사랑’ 차승원 선배님의 연기였어요. 재밌는 캐릭터 같은 걸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항상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지고 가는 역할들을 했거든요.(웃음)”
곽시양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계기는 tvN ‘오 나의 귀신님’이다. ‘꼬르동’이라는 애칭을 얻은 그의 역할은 레스토랑의 해외파 출신 조리팀 직원 서준으로, 시크하면서도 다정한 반전 매력과 조각 같은 몸매로 여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꼬르동’의 인기요? 되게 부끄럽고 얼떨떨해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면서 감사하죠. 아무것도 아니었던 신인이 좋은 역할을 만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거에 대해서 감사드려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는 생각했어요. 말수가 많지는 않았었지만 뒤에서 챙겨주는 듯한 게 ‘나랑 좀 닮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되게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느꼈어요(웃음).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지는 몰랐어요.”
‘오 나의 귀신님’에 이어 그를 다시 한 번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김소연과의 가상 부부생활이다. 지난해 9월부터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합류한 두 사람은 설렘 가득했던 계약 부부 기간을 연장해 알콩달콩한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되게 신기해요. 촬영을 2주에 한 번하는데, 촬영하고 나면 3일 정도 여운이 가요. 그러다가 또 열흘 뒤에 만나서 촬영하면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편안해진 건 있지만,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촬영을 하는 것 같아요. 카메라가 신경 쓰이지 않고, 주제가 주어지면 그날 하루는 둘이서 그렇게 그 주제를 갖고 재밌게 노는 거예요.”
곽시양은 ‘우결’ 속에서 생일을 맞은 김소연을 위해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만큼의 세심하고 다정한 이벤트를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일명 ‘남친짤’의 새로운 주자가 된 곽시양의 실제 연애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실제로는 이벤트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 여자친구가 필요한 게 있으면 챙겨주는 편인 것 같아요. 아프다고 하면 약을 사준다던지 먹고 싶은 게 이거라면 맛있게 해준다는지, 같이 먹어준다던지 이런 것을 챙기는 거 같아요. 이벤트를 ‘우결’에서처럼 해 본 적은 없어요(웃음).”
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데뷔 3년차를 맞이한 곽시양은 아직 작품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앞으로 대중에게 보여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 배우 본인 역시 카메라 앞이 놀이터 같다며 연기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는 만큼 앞으로 그가 변신할 모습들에 대한 기대가 높다.
“다양하게 연기해보고 싶어요. 욕심도 많아서(웃음). 로코도 해보고 싶고 전문직인 직업으로 의사나 검사도 해보고 싶고. 그 안에서 캐릭터는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 여러 가지 뭐든 것을 해보고 싶어요. 실은 어제 ‘시그널’ 보다가 새벽 4시에 잤거든요. 김혜수 선배님 연기 보고 감탄을 했어요. 멋있더라고요.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다시 해보고 싶어요.”
올해로 남자가 더욱 성숙해지는 나이라는 서른을 맞이한 곽시양. 그런 탓일까. 앞자리 수가 바뀐 나이에도 곽시양은 앞으로 이뤄갈 계획들을 하나하나 이뤄갈 기대로 들뜬 모습이었다.
“계란 한 판이 됐죠. 아무렇지도 않아요. ‘웰컴’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저에게 ‘몇 살이세요’ 하면 앞자리가 바뀌니까 묘한 건 있더라고요.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남자는 서른부터라잖아요. 아직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닌데 매년마다 버킷리스틀 적고 있어요. 아직 새로 쓴 건 없는데 작년에 이루지 못한 걸 새로 적었어요. 작년에 부모님께 집 사드리기가 목표였는데, 집을 사려면 더 열심히 벌어야죠. 소소한 것들도 되게 많아요. 홈런 쳐보기, 미니 시리즈 남자 주인공 해보기 등등. 되게 소소한 것들이에요. 배우라면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는.“
배우들은 연기했던 배역과 작품에 따라 나름의 애칭이나 마찬가지인 수식어를 갖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곽시양은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아직까지도 ‘꼬르동’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연기 인생에서 갖고 싶은 타이틀은 무엇일지 직접 들어봤다.
“되게 부끄러운 건데 제가 원래 성격이 애교가 많고 장난기가 많아요. 팬분들하고 가끔 채팅하다보면 하는 말이 있거든요. ‘상남자 곽시양입니다.’ 나중에 타이틀로 ‘상남자 곽시양’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일을 쉬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올해도 꾸준히 작품을 하면서 좋은 작품 만나는 게 꿈이에요. 해가 거듭될수록 조금 더 겸손하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년 연기대상 때 김수현 씨가 수상소감을 말하는데 그 말이 되게 기억에 남아요. 한 작품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고 그 다음 작품 고르기가 어렵고 부담됐지만, 다음 작품이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말이었는데, 멋있더라고요.” / jsy901104@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