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훈이 올해 39세, 강하늘이 27세다. 맏형과 막내의 나이 차이가 무려 열두살이다. 띠동갑 배우 선후배가 직항 노선조차 없는 생소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생각만 해도 어색함에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건만, 웬일인지 ‘꽃보다 청춘’의 포스톤즈(정상훈 정우 조정석 강하늘)에게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사이에는 정말 친한 친구 이상의 편안함이 감돌았다.
지난 5일 방송된 ‘꽃보다 청춘 - 아이슬란드’(이하 꽃청춘)에서는 드디어 여행 마지막날을 맞은 포스톤즈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날은 기록적 악천후를 만난 포스톤즈의 고군분투로 시작했다. 눈 쌓이는 속도가 제설 속도를 넘는 상황에서 ‘꽃청춘’ 출연진은 물론 제작진까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정만은 오히려 빛났다. 그 따뜻한 마음은 포스톤즈 사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눈보라 속을 지나며 앞에서 길라잡이를 해 주는 제작진과, 그 차가 도랑에 빠지면 제일 먼저 내려서 맨손으로 밀던 포스톤즈 사이에도 훈훈한 우정이 생겨난 듯했다. 정우는 이에 대해 “함께 있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지 못 했을 일”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레이캬비크로 돌아온 이들은 뮤지컬 연습을 위해 먼저 귀국해야 했던 정상훈을 위해 하루 이른 ‘최후의 만찬’을 즐겼다. 원래도 다정함이 넘치는 포스톤즈였지만, 아이슬란드에서 네 명이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서였는지 이날만은 더욱 애틋했다.
포스톤즈는 숙소로 돌아와 2차 술판을 벌였다. 서로 간에 있었던 추억을 되새겼고, 여느 때처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각자 너무도 잘 알고 있을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다.
시종일관 애교 많고 예의 바른 막내였던 강하늘의 야자타임 일탈도 포스톤즈 사이의 끈끈한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던 계기였다. 한 번도 얌전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욕과 독설을 퍼붓는 강하늘을 보며 “더 해 달라”며 폭소를 터뜨리는 형들의 모습은 ‘꽃청춘’에서만 가능한 광경이었다.
이때 정상훈은 “동생이 형을 어려워 하면 안 된다”며 “그럼 친구가 될 수 없다. 우린 다 친구인데”라고 말했다. 아이슬란드의 나날들을 꼭 채운 ‘꽃청춘’의 우정이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만난 사람들과는 아무리 또래라 할 지라도 친구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고등학교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가 아닌가.
그러나 ‘꽃청춘’에는 자신 앞에 붙은 수식들을 모두 떼고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대했던 포스톤즈가 있었다. 이들의 우정 앞에서는 나이차도, 경력차도 무력했다. 그래서 머나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그리고 쏟아지는 눈발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는 포스톤즈의 유쾌한 모습이 괜히 그리울 것만 같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꽃청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