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마를 날이 없다. 이 남자는 아마도 세상 가장 불쌍하고 슬픈 형사일 것이다. 연인을 잃었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아끼던 친구와 그의 딸도 잃었다. 종국엔 스스로도 실종돼 누군가에게 살해 당하는 운명에 처한다. 미래 형사와의 무전은 그의 이 비극적인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에서는 해영(이제훈 분)의 프로파일링을 듣고 대도사건의 범인을 검거하는 1995년 재한(조진웅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1995년의 재한은 다시 2016년의 해영과 무전을 했다.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이 벌어졌던 1989년 이후 6년 만이었다. 해영의 시간에서는 고작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재한은 "대도 사건의 범인은 어떤 놈이냐?"며 자신이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의 결말에 대해 물었다. 해영은 "그 사건은 아직 미제"라고 말하면서 재한에게 힌트를 주는 것에 대해 망설였다. 과거가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는 것을 안 후, 애꿎은 피해자가 생길까 걱정한 것. 실제로 경기남부연쇄살인 때도 범인은 검거했지만 죽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두 사람이나 희생됐다.
그럼에도 불구, 수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재한은 해영을 다그쳤고, 해영은 하는 수 없이 자신의 프로파일링으로 팁을 줬다. 이 같은 결정은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았다. 재한이 수사 결과 자신과 친분이 있었던 경태(정석용 분)를 대도사건의 범인으로 검거하게 된 것.
경태는 재한에게 잡혀 형을 살고 나온 전과자로, 재한은 그가 감방에 가 있는 동안 그의 딸 은지(박시은 분)를 돌봐줬다. 은지는 재한을 진짜 친 삼촌처럼 따랐고, 경태 역시 손을 씻고 새 삶을 살면서 재한과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나 해영의 프로파일링과 이를 그대로 수행한 재한의 행동이 비극을 만들었다. 재한은 "보안 상태 파악을 위해 외부 물건을 만진 흔적이 있을 거다. 입주자 정보를 알기 위해 우편함이나 신문 주머니 같은 걸 뒤졌을 거다"라는 해영의 팁을 따라 조사를 했고, 우편함에서 경태의 지문이 나왔다. 결국 재한은 경태를 검거할 수밖에 없었고, 경태의 딸은 버스를 타고 잡혀가는 아빠를 따라가다 한영대교 붕괴 사건의 희생자로 죽고 말았다.
의도치 않은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재한은 해영과 무전을 하며 펑펑 울었다. 그는 해영에게 "우리가 틀렸다. 내가 다 잘못했다. 모든 게 나 때문에 엉망이 돼 버렸다. 이 무전,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며 후회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전을 통해 해영과 소통한 후에는 매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거기서 안타까운 희생자들이 나왔다. 재한이 짝사랑 했던 원경(이시아 분) 역시 그랬다. 그는 물론 무전을 하기 전에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재한은 사실을 알고도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며 오열한 바 있다. 이번에도 무전을 통해 범인을 잡으려다가 생각지 못한 사건으로 사랑하는 조카를 잃었다.
어떻게 보면 재한처럼 불행한 형사를 찾기 힘들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것의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현재 경태는 진범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 이미 딸을 잃고 감옥에 들어온 경태는 억울함으로 한맺힌 채 출소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납치극을 벌이고 있다. 과연 재한은 슬픔을 극복하고, 모든 것을 고치는 데 뛰어들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 매주 금, 토요일 오후?8시 30분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