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가벼운 방송이었지만, 여성 예능인들의 존재감은 묵직했다. 남자들이 주인공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들 만의 개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적극적인 모습은 역시나 프로 예능인들다웠다. 여성 예능인들의 염원처럼 '아는 누님'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 가능성을 보여준 방송이었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는 박미선, 조혜련, 신봉선, 이지혜, 박슬기가 출연해 '아는 형님' 멤버들과의 거침없는 예능 대결로 존재감을 보였다.
이날 '아는 형님'에서 준비한 첫번 째 순서는 토론이었다. '여성 예능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라는 주제로 여성 게스트들과 '아는 형님' 멤버들이 난상 토론을 벌였다. 여성 예능인들은 일이 많이 없는 것이 고민이었다.
신봉선은 "심지어 부부예능이 많으니까 어서 빨리 시집을 가라더라. 시집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고, 박미선은 "내가 올해로 방송을 29년을 했는데 내년에 30년이다. 나는 이제 여한이 없지만, 우리 후배들을 보면 얼마나 답답할까 고민이 들더라"고 현실을 말했다.
여성 예능인들은 스스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신봉선은 "제작진이 여자들은 불편하다고 한다더라"고 말문을 열었고, 이지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데, 쉬다가 보면 다시 안 그런다는 마음을 먹고 한다. 공백기가 있는 사람을 쓰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또 박슬기는 "시청자들의 입맛이 자극적이고 센 걸 원한다. 그런 것에 있어 여자들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나보다"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놨다. 조혜련은 여성 개그우먼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김숙이나 박나래처럼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 애들은 여전히 활동을 잘 하고 있다. 봉선이도 반성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후 두 라운드로 나뉜 게임 대결 시간. 여성 예능인들은 남성 예능인인 '아는 형님' 멤버들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차력쇼를 한다며 입으로 물을 뿜어 내기도 하고, 숨 참기 대결을 위해 물그릇에 얼굴을 박으며 '멘붕'을 겪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눈물을 흘리는 대결에서는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의 뺨을 치는 등 노력을 하기도 했다.
여성 팀이 이길 경우, '아는 형님'은 '아는 누님'으로 바뀌어 방송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승리는 '아는 형님'의 차지였다. 후배들을 위해 출연한 박미선은 "재밌었고, 작전이나 전략은 아는 형님 팀이 앞섰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이 분발해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추석 때 이런 기회가 생기면 하시겠느냐?"냐는 MC의 질문에대해서는 "안 잘리고 '아는 형님' 꼭 열심히 해서 불러달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수근은 " 이 방송 보시면 많은 관계자들이 여성 출연자들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실 거 같다. 너무 재밌었다"고 정리했다. 그만큼, 이날 방송은 그가 '아는 형님'이 보여줬던 재미와는 또 다른 색깔의 재미를 보여줬다. 남성 예능인들 못지 않게 화끈하고 매력적인 여성 예능인들의 존재 덕분이었다.
한편 '아는 형님'은 인생을 살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사소하지만 궁금해 견딜 수없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출연진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답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아는 형님' 방송화면 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