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는 특수한 시즌이 있다. 바로 여름, 크리스마스 그리고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이다. 이번 설 극장가에도 온가족이 함께 하는 명절이니만큼 빵빵 터지거나 펑펑 울면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을 게 당연하다. 하지만 '검사외전'이 독주하는 가운데 '쿵푸팬더3'가 한참 뒤처져 나홀로 2위를 유지하는 중이라 이번 설 연휴엔 선택의 폭이 좁다. 스크린이 이 두 영화에만 집중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빵 웃기거나 펑펑 울리는 두 장르의 설 영화들을 짚어봤다.
◇빵빵 웃기거나
웃으면서 보는 영화로는 ‘검사외전’과 ‘쿵푸팬더3’가 있다.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 분)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과 제대로 개그 연기를 펼치는 강동원의 조합이 관객들의 마음을 끌면서 52만이라는 놀라운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했다.
웃음 포인트는 강동원이 연기한 치원 캐릭터에 있다. 치원이 선보이는 영혼을 불태운 막춤, “후 아 유” 등 뻔뻔함이 곁들여진 펜실베이니아식(?) 야매 영어 대사, 발연기를 연기하는 법정신 등 코믹 명장면이 대거 포진해 있다. 또한 강동원은 스타검사를 꿈꾸는 민우 역을 연기한 박성웅과도 코믹 호흡이 예상치 못한 케미스트리(조합)를 폭발시켰다.
귀여운 팬더들도 대거 나섰다. ‘쿵푸팬더3’는 팬더 포가 어린 시절 헤어졌던 친부 리를 만나면서 비밀의 팬더 마을로 떠나 악당 카이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이 포의 목소리를 더빙하면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던 작품. 특히 잭 블랙은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유치원 과정부터 대학교 과정까지 다양한 몸 개그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영화에서는 ‘무한도전’ 속 긍정적이고 유쾌한 모습이 팬더 포로 고스란히 살아났다. 포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어버리면서 팬더들이 아닌 다른 동물들 속에서 성장했다. 때문에 처음으로 마주한 팬더 마을에서의 첫 모습들은 귀엽도 했지만 웃음 포인트가 됐다. 특히 젓가락으로 만두를 먹어온 포 앞에서 “어떻게 만두를 한 개씩만 먹냐”며 손으로 몇 개씩 만두를 들고 막는 팬더들. 이에 포는 “역시 더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라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포의 모습 등이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펑펑 울리거나
늘 옆에 있어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영화도 있다. 영화 ‘로봇, 소리’다. ‘로봇, 소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여기서 이성민은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해관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지금까지 사람 냄새나는 역할을 맡아왔던 이성민이 그려내는 감동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찡한 것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진심은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더 늦게 전에 표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만큼 이 영화는 연령대가 높은 가족들이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어쩌면 그날은 서로에 대한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는 뜻 깊은 명절이 될지도 모른다.
이성민과 지난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에 함께 출연했던 임시완도 감동적인 작품으로 첫 주연작을 설 극장가에 내걸었다. 그가 출연한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 그곳에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영화. 고아성, 이희준을 비롯해 명품 아역으로 불리는 이레가 함께 출연한다. 전쟁터에서 노래로써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나선 한상렬(임시완 분) 소위의 가슴 뜨거워지는 마음과, 아이들의 순수한 노랫소리가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검사외전', '쿵푸팬더3', '로봇, 소리', '오빠생각'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