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김혜수는 죽었고 과거의 조진웅은 살아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타임슬립 설정과 등장인물들이 평행세계에 존재한다는 콘셉트를 버무린 작품들은 그간에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의 인물과 무전을 통해 현재를 바꿔 나간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는 tvN ‘시그널’을 매우 새롭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럼에도 ‘시그널’이 던지는 화두는 제법 묵직하다. 이 드라마는 순간의 소중함과 책임을 말하고 있다.
‘시그널’에서는 무전으로 과거와 현재가 바뀌는 바람에 혼란스러워하는 해영(이제훈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해영 뿐만 아니라 그와 무전을 주고 받았던 재한(조진웅 분) 역시 자신으로 인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람이 생겼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무전을 통한 해영과 재한의 협업은 오랫동안 진범을 잡지 못한 채 남아있던 경기 남부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사건의 일부가 바뀌었고, 재한은 사랑하던 여자를 잃었다. 순경 이재한은 미래에 살인사건 진범 검거의 단초를 제공해 놓고도 극장에서 회한의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시그널’ 속 순간의 선택은 언제나 일정한 기회비용을 남겼다. 6년을 뛰어 넘어 1995년 베테랑 형사가 된 재한과 해영은 다시 무전기상으로 조우했다. “함부로 과거를 바꾸면 위험하다”는 해영의 말처럼 바뀐 역사는 또 다른 사건을 낳았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양날의 검’이 되어 이들을 덮쳤다.
‘시그널’에서 벌어지는 나비효과는 결국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연인과 헤어지기 전날로 돌아간다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러나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또 다른 아쉬움은 남을 터다. 또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미래는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변화한 미래가 오히려 더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날 재한은 “진범을 잡아야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이 무전은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울먹였다. 이제 역사를 바꾸는 무전의 날카로운 위험성을 깨달은 두 사람의 공조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해진다.
‘시그널’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bestsurplu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