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미래일기', 힐링 예능계 '진짜가 나타났다'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02.09 07: 27

자신이 바라는 미래로 떠났지만 막상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자기 얼굴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았다. 가족과 본인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됐다. 웃고 즐기는 설 연휴이지만 '미래일기'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안방에 선사했다. 
8일 방송된 설 특집 MBC 파일럿 '미래일기'에서 안정환은 80세 독거노인으로 변신했다. 39년의 세월이 흘러 머리가 새하얗게 바랬고 주름이 깊어진 자신의 얼굴을 보며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게다가 가족들이 곁에 없는 독거노인이라 그의 쓸쓸함은 더했다. 
안정환은 혼자 사는 집에서 가족사진을 둘러 본 뒤 괜시리 가슴 한 켠이 저려오는 걸 느꼈다. 아내 이혜원과 딸 리원, 아들 리환의 사진을 오래도록 쳐다보며 가족을 그리워했다. 즉석 어묵을 먹으면서도 아내를 떠올릴 정도. "혼자 밥 먹는 게 얼마나 외로운 건데"라며 고독을 씹었다. 

생각이 많아진 그는 "젊었을 때 아무리 인기가 많고 날고 기어도 소용없다. 잊혀지는 게 가장 무섭다. 나중에 진짜 80세가 됐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짜 생각해 둬야겠다. 이력서를 넣어야겠다. 이렇게 살다가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제시는 현재 어머니 호선화 씨의 나이인 58세가 됐다. 딸에게 29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엄마 호선화 씨도 87세가 됐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 자신 만큼 나이 든 딸, 할머니처럼 늙은 엄마를 보니 가슴이 저릿해졌다. 
하지만 제시 모녀는 특유의 힙합 스웨그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나이는 들었을지언정 힙합 음악을 즐기며 뛰어난 패션 센스를 자랑하는 '센 모녀'였다. 여기에 제시의 할머니까지 힘을 보태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모녀 3대가 완성됐다. 
강성연-김가온 부부 역시 울다가 웃었다. 37년의 세월이 흘러 77세 동갑내기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성연은 "당신 너무 늙었다"며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김가온은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예쁘다"며 애정을 자랑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영정사진을 찍어주고, 신혼집 동네를 찾아 데이트를 즐기는 등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특히 재즈피아니스트인 김가온의 은퇴 독주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김가온은 결혼 40주년을 맞아 강성연에게 프러포즈했던 즉흥 연주곡을 피아노로 쳐 감동을 선사했다. 
안정환의 미래는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제시는 엄마의 의미를 더욱 짙게 새기도록 했고, 강성연은 부부의 인연과 현재의 소중함을 안방에 일깨웠다. 생각하게 만드는 예능, 웃음과 감동이 동시에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방송 직후 '미래일기'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관련 기사에는 "정규 편성 갑시다", "역시 파일럿은 MBC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최고의 파일럿", "귀한 프로그램이었어요", "시간과 가족의 중요성을 알려줬다" 등 호평이 줄을 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MSG이 없는 청정 '힐링' 예능. '미래일기'가 MBC 파일럿 프로그램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comet568@osen.co.k
[사진] '미래일기'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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