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행호 PD는 고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MBC 공채로 합격했다. 어렵다는 언론고시를 단 한 번에 패스했다고 하니 스스로 인정하듯이 행운아가 맞다.
그는 PD로서 갖춰야할 조건을 ‘집요함’이라고 했다. 회의도 재미있을 때까지 하고, 촬영도 재미있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구성원들이 힘들겠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과정을 통해 성장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게 시청자를 위한 방송의 비결이자 비전이라고 말한다.
-‘나 혼자 산다’가 금요일 밤을 3년째 지키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자체 평가를 해보자면.
“3년 전 설 연휴에 파일럿으로 시작했다. 연예인들이 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지만, 우리와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초반의 재미를 다소 잃은 것 같다.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출연자들이 다소 많은 것 같다.
“현재 멤버가 7명인데, 멤버를 줄여서 매주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려고 하면 리얼한 이야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2주에 한 번씩 나오더라도 출연자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한다. 멤버들마다 팬이 있어서 안 나오면 아쉽겠지만 포기한다. 가령 김동완이 외국어 학원에 다니고 공부하는 건 실제 삶이다. 짜여진 게 아니다. 프로그램의 원칙이 멤버의 일상을 포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아이템이 될 만한 일이 매주 발생하지 않으니까 2주에 한 번 돌아가면서 보여주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해가 지날수록 방송 호흡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방송 초기 ‘나 혼자 산다’를 보면 느슨하면서 여유롭다. 시청자들이 천천히 지켜보는 것을 재미있게 봐주셨는데, 이제는 패턴이 조금씩 빨라지면서 간격도 좁아졌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잃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그것을 지켜가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야하는데 조율이 어렵다.”
-새로운 무지개 회원을 뽑을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기존의 멤버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야한다. 친숙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한편으로는 스타의 새로운 면모를 통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려고 한다.”
-하차는 출연자들의 의지로 결정되나.
“미리 얘기를 나누고 합의하에 하차가 결정된다. 제작진만의 결정은 아니다. 본인도 더 이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면 제작진에 얘기를 한다.”
-쿡방에 이어 집방 예능이 트렌드인데 ‘나 혼자 산다’가 앞선 것 아니냐.
“1년 전에도 혼자 사는 사람의 집을, 같은 공간이지만 어떻게 효율적으로 꾸밀 것이냐 하는 얘기를 했었다. 인테리어를 하는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했었는데 실제 그렇게 돼가고 있다. 생활의 기본적인 의식주, 여행이 예능 트렌드가 되는 것 같다.”
-가만 보면 ‘나 혼자 산다’가 ‘인간극장’을 보는 것 같다.
“촬영기법상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가지만 재미를 줄 수 있도록 구성을 한다. 다큐처럼 리얼하게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웃음을 계속 찾고 있다.”
-무지개 라이브는 새 멤버의 시험대인가.
“고정 멤버로만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을 하다가 특집성 코너로 생각을 했다. 다채롭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코너다. 거기에서 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게 되면 고정 멤버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시 김광규를 불러올 생각은 없나.
“물론 있다. 아직 결혼을 못하셨으니 다시 불러오고 싶은 생각이 있다.(웃음) 광규 형이 ‘나혼자 산다’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는데 하차해서 너무나 아쉽다. 7월 3일까지 결혼을 못하면 반드시 다시 들어와야 한다.”
-앞으로 구상 중인 프로그램은.
“고전을 어떻게 예능화 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또 KBS2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을 재미있게 봤는데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학교, 동아리 후배들을 보면 대학 생활이 낭만적이지 않더라. 취업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고 우리나라의 문제다. 취업난을 프로그램화 시킬 수 있을까, 예능적으로 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요즘 즐겨보는 예능은.
“‘응답하라 1988’ ‘꽃보다 청춘’ 등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무한도전’도 자주본다.”
-그 프로그램들의 매력은.
“‘꽃청춘’은 TV를 보는 시청자들이 상황에 몰입되게 만드는 연출력이 훌륭하다. 물론 ‘무한도전’은 말할 필요가 없다. ‘1박2일’도 재미있다.(웃음) 보기 편안하고 쉽고 흐뭇하게 만드는 미덕이 있다.”
-PD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프로그램은 휴머니즘이 바탕이다. 그게 깔려있지 않으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할 수 없는 것 같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길 바란다.” /purplish@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