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육룡', 폭주도 납득시킨 유아인의 연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2.09 11: 20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역사에 기록된 태종 이방원은 '하여가'를 읊고 고려의 마지막 충신 정몽주의 목숨을 거두고, 이후 '왕자의 난'으로 피비린내를 연신 풍겼던 인물이다. 여러 작품 속에서 잔혹함이 강조됐던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핏빛으로 점철된 것 같은 이런 이방원의 속내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바로 배우 유아인을 통해서다. 유아인의 선한 눈동자가 광기 어린 모습으로 점점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이들이, 그가 저지르고 있는 잔혹한 살인까지도 받아들이고 심지어 응원까지 하는 분위기다.

지난 8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37회에서도 이방원(유아인 분)의 모습은 극의 중심축을 탄탄하게 이뤘다. 포은 정몽주(김의성)를 죽이면서 조선 건국에 공을 세웠음에도, 정도전(김명민)으로 인해 철저하게 배제된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버지 이성계 역시 이런 이방원에게 실망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고려말 유신들까지 잡음을 냈다. 정몽주의 죽음에 분노하고, 조선의 건국을 반대한 이들이 모든 것을 부정한 채 두문동에 거처를 마련한 것. 이들을 설득하겠다고 나선 이방원의 모습에는 정도전도, 이성계도 기대를 내비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방원은 방식은 모두의 판단을 벗어났다. 두문동 전체에 불을 질러서 살고자 나온 이들만 설득하겠다 선언했기 때문. 책사 하륜은 물론, 그를 믿고 따르던 조영규(민성욱)와 무휼(윤균상) 역시도 깜짝 놀랄 정도의 잔인한 결단이었다.
'내 방식대로 세력을 만들겠다.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이 나라를 만든 것 같다고 이를 악무는 이방원의 모습에서는 조만간 조선에 드리울 피바람의 냄새가 진동했다. 이른바 '킬방원'의 서막이다.
이같은 모습은 앞서 조영규를 대동해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철퇴로 내리치던 때부터 충분히 예고됐던 일. 선죽교에서 튀었던 핏방울, 두문동에서 피어오른 유생들의 살점타는 냄새, 그리고 더해진 이방원의 광기와 분노를 더욱 충만케 했다.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군주 이방원은 '육룡이 나르샤'의 용 중 하나다. '역사가 스포'라는 말처럼, 이미 충분히 알고 있던 내용들이 가공한 인물들과 함께 '육룡'으로 다시금 안방극장에 부활해 흥미를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방원의 모습이 새롭다. 단순한 '폭두'로서가 아닌, 많은 이들이 그의 행동의 당위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의 살인을 오히려 측은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유아인의 연기력이 이방원에 덧입혀졌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앞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질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 gat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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