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미래일기’, 공짜로 들은 노인 수업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2.09 13: 14

 그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나이듦. 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미래일기’를 통해 세월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노년기를 보낼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짜로 나이듦에 대해 공부한 셈이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미래일기’에서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은 80세 독거노인으로 변신했다. 39년의 세월이 흘러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고, 주름이 깊어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왕년에 그라운드를 누비던 스타 축구 선수는 한 편의 추억으로 자리잡았다. 특히나 가족들이 곁에 없는 독거노인 콘셉트여서 쓸쓸함은 배가됐다.
이날 안정환은 혼자 사는 집에서 가족사진을 둘러 본 뒤 괜시리 가슴 한켠이 저려오는 걸 느꼈다. 아내와 아들 딸의 사진을 오래도록 쳐다보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앞으로 친구들을 미리 만들어놔야겠다”면서 즉석 어묵과 생일 케이크를 먹었다. 생각이 많아진 그는 “젊었을 때 아무리 인기가 많고 날고 기어도 소용없다. 잊혀지는 것이 가장 무섭다. 나중에 진짜 80세가 됐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둬야겠다. 이렇게 살다가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미래일기’는 시청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다. 안정환의 노인 분장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미래일기’는 시간 여행자가 된 스타들이 자신이 바라는 미래의 특정한 시간으로 떠나 하루를 살아보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영화 특수 분장 팀의 지원을 받아 단순한 분장쇼가 아닌, 한층 리얼한 노인 분장이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하루아침에 늙은 시간 여행자들이 느끼는 감정과 슬픔을 간접 체험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미리 경험한 노인의 삶이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그려져서다.
또 엄마의 나이인 58세로 간 래퍼 제시의 스토리도 시선을 모았다. 그녀의 어머니 호선화 씨는 함께 할머니의 나이로 갔는데 두 사람은 공항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 서로 나이든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슬픔과 서글픔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제시 모녀는 긍정적인 마인트로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나이는 들었을지언정 힙합 음악을 즐겼고, 감각적인 패션 센스를 자랑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77세의 결혼기념일로 간 배우 강성연 부부도 적지 않은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37년의 세월이 흘러 주름진 얼굴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성연은 남편의 모습에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남편은 강성연의 외무를 칭찬하며 변치 않은 애정을 자랑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영정사진을 찍어줬고 데이트를 즐기는 등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특히 재즈피아니스트인 김가온의 은퇴 독주회를 열어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강성연 김가온은 부부의 사랑을 안방에 일깨워준 것이다.
‘미래일기’는 노인분장으로 단편적인 웃음을 주는 깜짝쇼가 아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묵직한 주제를 던져 감동을 안겼다. 이들이 예상치 못한, 또는 생각하고 살지 않았던 노인으로 살아보게 하며 시청자들에게 역지사지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미래일기’에는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에 대한 주제가 담겨 있었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노년기를 아름답게 준비할 수 있도록 현재에 충실하고, 감사하며 사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미래일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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